매일신문

녹색시대..마지막선택(70)-제4부 몸살 앓는 5대양 6대주-19바이칼도시들고 있다 상

사회주의 국가의 환경은 아직 베일에 휘감겨 많은 부분이 드러나지 않고있다. 그렇다고 그 베일을 멋대로 걷어붙이고 속을 들여다볼 수도 없다. 환경에대한 낮은 인식도도원인이지만 그보다 경제적인 홀로서기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급한 것은밥줄이지 환경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들 국가의 환경취재가 어렵다. 수박 겉핥기식이 되기 십상이다. 결코 변명이 아니다.바이칼호를 취재하기 위해 울란 바토르역에서 이르쿠츠크행 기차를 탔을때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승객들중 상당수가 기차로 몽골-러시아를 넘나들며국경무역을 하는 장사꾼들이라는점과 이들의 주요 품목이 동물의 가죽이라는 점이다. 가죽은 핸드백등으로 가공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생가죽이어서더욱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잘 건조돼 자루에 차곡차곡 넣어져 있다.어디서 이렇게 많은 동물들을 잡았을까. 늑대, 여우, 오소리를 비롯해 야생동물의 종류도 다양했다. 생가죽들은 이르쿠츠크에서는 상당히 비싼 값으로 판매되며 러시아인 특히 여성들이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다. 세관원의 철저한 검사가 있었지만 동물가죽 자루가 발각돼 기차에서 끌어내려지는 것은하나도 없었다. 한 장사꾼은 해마다 물량이 줄어지금은 값도 꽤 올랐다고말한다. 동물애호가들이 아니라도 이런 모습을 보면 얼마나 심각한 모습들일까. 덩달아 연쇄적인 자연파괴는또 얼마나 심각할까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바이칼은 여전히 대양의 위용으로 짓푸른 파도를 넘실대고 있었다. 반달형호수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하늘에서 본 모습이고 누구나 바이칼에 닿으면 이건 숫제 바다일뿐이다. 그런 바이칼도 인간의 끊임없는 파괴앞에는 마냥 파도만 일렁이지는 않는다. 때로는 노도와 같은 폭풍을 일으킨다.바이칼의 생태계를 어지럽히는것은 호수주위를 둘러싼 많은 석탄광과 목재소, 그리고 알루미늄공장등에서 흘러드는 폐수들. 여기다 연간 1백만명을웃도는 관광객들도 오염에 큰 몫을 한다.

바이칼로 흘러드는 지류는 자그만치 336개. 이 물들은 그러나 유일하게 안가라강 한 곳을 통해 북극해로 내줄 뿐이다. 세계 담수량의 20%를 바이칼이갖고있다. 대지의 어머니다운 면모다. 호수의 물을 바꾸는데 3백년이 걸린다니 어떻게 오염이라는 말을 끄집어내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바이칼도 인간의무지앞에는 야금야금 그 천연의 자취들이 뭉개질 뿐이다.

이르쿠츠크에서 대형 정유공장이 있는 알강스크를 거쳐 알루미늄 공장이있는 셀레코프를 지나 취재목적지인 바이칼스크에 닿았을때는 한낮이었다.바이칼스크에는 지금 한창 이르쿠츠크의 환경단체와 바이칼의 오염을 놓고승강이가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에서는 규모가 큰 제지공장이 있기 때문이다.바이칼스크 펄프 제지공장. 외관상 엄청난 규모다. 종업원만 3천명을 웃돈다고 한다.

매년 1백38만㎥의 나무들이 인근 타이가에서 공급되고 있다. 취재진이 도착하던 날도 오전에 자연보호 대원들 20여명이 제지공장 앞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는 경비원 알렉산더 샤사씨(26)는 "페레스트로이카 바람이 분 이후 이런 데모대들이 자주 공장을 찾아오지만 당장 먹고 살기 바쁜 노동자들은 좋지않은 얼굴로 이들과 충돌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한다.자연을 보호해야 하는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지만 산 입에 거미줄 치는게지금은 더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샤사씨는 공장에 책임자가 아무도없어서 구경을 시켜줄 수 없다며 한사코 취재진들을 거부한다. 20달러짜리를내밀었다. 그러자 묘한 웃음을 지으며 그는 자연보호 대원들이 자주 거론하는 오염현장이 공장 주위에 몇곳이 있다며 한곳의 위치를 정확히 가르쳐 주고는 그대로 문을 닫는다.

바이칼의 바람이 상쾌하게 분다. 샤사씨가 지적한 지점을 찾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공장뒤쪽을 돌아 호숫가로 나가는데 묘하게 뚫린 하수구에서검붉은 물들이 계속 흘러 나온다. 안기자가 계속 셔터를 누르는데 갑자기 위쪽에서 지껄이는 소리가 들리고 함께 갔던 고려인 안내자 전영일씨가 뛰어야한다며 소리친다. 허겁지겁 차에 오르는 순간 완장을두른 경비원 2명이 막뛰어오며 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로서는 결코 설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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