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배성동·명지대교수 정치학)-정치의 난기류

여름철은 정치도 쉬는 것이 항례였다. 그런데 올해는 찌는 더위에, 물난리에, 여러가지 사고가 겹쳐 불쾌지수는 높은데 정치마저 난기류를 이루어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또 이루어질 것인지 사람들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정치권 사분오열**

현정권이 출범할 때만 해도 민자당과 민주당의 양당정치가 자리를 잡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면서 민자당으로부터 자민련이 떨어져 나오고지자체 선거를 치른 뒤에 김대중씨가 정계에 복귀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를창당했고 시민운동단체가 주축이된 정개련은 정당으로 모습을 바꾸고 있으며, 한편에 있어서 30대의 신진세대들이 새 정당을 만들려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DJ가 손을 뺀 민주당은 오죽하면 당을 살리자는 구당파(구당파)가생겼을까…, 그런데 결국 이기택총재도 뒷전으로 밀리고 과도체제로 임시변통의 살길을 찾고 있다.

이런 정계개편의 과정에서 민자당은 올해 들어 두번 전당대회를 열었고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하고도 당의 실질적인 지도자를 내지 못해 12월에 다시대회를 하기로 했다. 신당들인 국민회의는 곧 대회를 하게 되고 정개련은 창당 발기대회를 치렀다. 이와같은 당대회의 러시(잇단 개최)는 지난날 헌정이중단된 뒤 정치를 재개했을 때 말고는 우리 정치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집권당 자업자득**

그러니까 현재 우리의정치는 위기라고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일대 정비과정에 들어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의 난기류를 만들어 낸 장본인은 민자당이었는데 오늘날 집권여당의 인기(지지도)가 10% 밑으로까지 떨어져 있는 것은 결국 자업자득이었다고 할 수 있다. DJ는 자기를 도로 정계로불러낸 것이 YS라고 둘러 대고 있으니 그런 핑계를 제공한 측에서 보면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격일 것이다.

이처럼 4~5개의 정당만이 있으면 그런대로 새로운 다당제의 틀이 잡힐 것으로 전망할 수도 있겠으나 민자당의 부설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회창전총리가 서울·경기권을, 노무현 시장후보가 부산지역을 대표할 앞날의지도자라는 것이고 이들과 함께 이부영의원을 민자당에 영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보고서를 냈다는 얘기이고,한편에 있어서는 DJ의 추천을 받아 민주당후보로 서울 시장에 당선된 조순씨는 국민회의에 입당하지 않겠다고 하니 이런 요인들이 정치변화의 변수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구심력 약한 TK**

대구·경북은 어떤가. 아마도 역사상 지금처럼 TK의 정치판이 여러 갈래로나뉜적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날의 공화당과 이어지는 맥은 자민련으로 갔고, 민정당은 민자당과 무소속으로 나누어졌다. 시장·도지사선거에서 두드러졌던 무소속표라고 하는 것은 대권싸움에서는 의미가 없어진다. 지역정서가 무엇보다 강력한 정치적 정향의 요인이라고 하는데도 TK는 그런것도 아니다. 김윤환의원이 민자당대표가 되었지만 아직은 그의 민자당이 아니라 YS,곧 PK의 민자당이다. 그러므로 TK의 정치적 흐름이 그를 따라 가기는 힘든다. 다른 지역들이 어떤 한 정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데 비해 TK는 그렇지도 못하다. 전남북, 충남북이 한색깔인데 이제 경남북은 한색깔이기 어렵다.이렇게 볼 때 지난날 정권을 장기간 장악했던 TK에게 정치적 시련기가 다가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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