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 전대통령 방문­모슨말 오갔을까

12·12사건 규명의 열쇠를 쥐고있는 최규하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방문조사가 시도된 12일 최씨의 서울 서교동 자택에서 최씨와 김상희 주임검사등수사검사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우선 이날 검찰의 방문이 지난 93년 12·12사건 수사이후 첫 시도된 직접조사인만큼 '호의적이고 서로의 입장을 들어주는' 부드러운 분위기속에 대화가 진행됐다는것이 최씨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날 오후 4시25분께 최씨의 자택에 도착한 김 부장검사와 이문호 검사는안채응접실로 안내된 뒤최씨에게 "건강은 어떠시냐. 몸이 많이 불편하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라며 안부인사를 건넨 뒤 검찰의 입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날 질문자료 외에 미리 준비해간 대화자료를 봐가며 최씨의 건강을 비롯한 최근 신상을 묻는 등 최대한 예우를 갖췄다.이 자리에는 최씨와 2명의 수사검사외에 최흥순 비서관과 이기창 변호사등 모두 5명이 참석했고 대화중간에 수사검사들에게 차가 대접되기도 했다.그러나 홍기 여사는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 측근들의 말.방문이유를 간략히 설명한 김 부장검사는 "불행했던 과거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사명감을 갖고 조사에 응해달라"며 설득작업에 나섰다.

수사검사의 간곡한 설명을 줄곧 듣고만 있던 최씨는 그러나 "내 외교관 시절 얘기를 들어보라"면서 본론을 회피한 채 과거 화려했던 외교관 시절을 하나하나 회상해 나가기 시작했다.

다소 초조해진 수사진은 12·12사건의 중대성과 국민의 여망등을 들며 조사에 협조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으나 최씨는 "1,2년간 생각해본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언지하에 조사에 응하길 거부했다.

최씨는 이어 " 지금까지 십수년간 생각해봤고 내 생각이 잘못된 건 아닌지곰곰히 반성했으나 국민과 국익을 고려해 말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한다"며"대통령 재직시의 일로 조사를 받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최씨는 또 "연일 집밖에 취재진들이 버티고있는데다 방송차량의 발전기 소음까지 겹쳐 외출은 커녕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면서 언론의 과열취재에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는 것.

이처럼 최씨의 확고한 입장에 수사팀은 사건과 관련해 한마디 질문도 던져보지못한채 씁쓸한 심정으로 1시간 10분여만에 집을 나서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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