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판에서 젊은 사람들을 만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만나 보았자 십중팔구는 자료를 수집하거나현장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다. 그래도 그런 젊은이들이 있기에 굿판은 살아 생생한 느낌을 더 주는지도 모른다.
김정국(29). 이 만한 나이에 굿판에 선다는것 자체가 얼마나 무가의 세습이 질기고 끈끈한가를 말해준다. 앞서 소개한 지화 만드는 정채란의 둘째 아들이다. 김석출의 조카. 김정희와는 형제간이다.
지금 강원도 춘천에서 젊은 패거리들을 이끌며 사물놀이에 빠져있다. 그렇지만 큰아버지의 굿 부름에는 빠지지 않는다. 빠질 수가 없다. 그도 분명 무가의 뿌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지금은 자랑스럽습니다. 한때 선조들이 얼마나 이 업으로 삶의 고뇌를 느끼며 살아 왔는지는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모두가 지나간 일들이지요. 그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더 자랑스러운지도모릅니다"
지지난주 포항시 구룡포읍 삼정리 3년짜리 두레 별신굿에서 만난 그는 정말 앳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장구메고 굿판을 설치는 모습에는 정말 피는 못 속이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 날도강원도에서 그가 이끌고 있는 젊은 패거리들이 한 수 배우려 그 동해바다 강한 바람을 참아가며굿판을 빙 둘러 있었다.
그가 굿판에서 솜씨를 내는것은 음빛깔이 크고 시원한 새납이다. 큰아버지 김석출이 즐기며 솜씨를 가장 자랑하는 호적 또는 날나리 솜씨를 그가 그대로 이어 받은 것이다. 지난 93년 국립국악원에서 날나리를 새납으로 통일해 부르기로 했으며 태평소라는 말도 함께 사용하기로 해 호적이나 소눌, 대평소등 이름도 많았던 이 악기가 명칭에서 오는 혼란은 막았지만 통일이 주는 일관성탓에 약간 맛이 감한 느낌도 어쩔수 없다.
웬일인지 이 날 그는 날나리를 한번도 불지 않았다. 큰아버지의 위력에 주눅이 들어서 일까. 아무리 권해도 막무가내다. 하는수없이 장구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는 했지만 정말 아쉬웠다. 그러나 장구솜씨도 빼어나다. 이로 미뤄 새납의 그 바람인양 칼칼하게 치솟아 얽히고 설키는 흐드러짐도 충분히 짐작하기에 족하다.
장구채를 휘두르며 집안 어른들의 뒤를 바짝 따라 당겨 잡으며 굿판을 노닐듯 휘어 잡는 그는 "우리가 굿판의 마지막 세대임을 직감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세습무의 가풍을 이을수 있으면 이어가야지요"하며 야무락지게 한마디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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