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경제도 이것이 문제다

3년전쯤 재활용에 대하여 관심과 열의를 갖고 있는 환경관련 공무원이 재활용시장을 청사내에 개설하려고 하였다. 그 공무원의 계획에 따르면 구내에 있는 공무원들에게 재활용시장이 개설됨을알리고 집안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는 옷, 구두, 장난감등 중고물품을 가져와서 무상으로 시장에내놓고 자기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무상으로 가져가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업이 시작된 초기에 자기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가져오라고 하자 아무도 이에 호응을 하지않아 재활용시장에 대한 열정만 높았던 이 공무원은 강제로 1인당 3점씩을 가져오도록 하였다.그러자 사람들은 허접쓰레기들만 가져왔다. 유행이 지난 넥타이나 굽이 나간 하이힐따위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중에 누군가 양심적인 사람이 있어 괜찮은 물건을 가져오면 진열하기가 무섭게다른 사람들이 가져가버리고 중고품 진열장은 허접쓰레기 진열장으로 바뀌고 말았다. 결국 몇번인가 더 강제로 물건을 징발하더니 얼마가지않아 시장은 문을 닫고 말았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였다. 왜냐하면 이 계획은 애초부터 시장원리를 무시한 계획이었기에 실패할수 밖에 없었다.만약 다음과 같은 계획을 세웠다면 성공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물건을 가져오면 유상으로 재활용시장에서 사도록 한다. 제공된 중고품에 약간의 마진을 붙여 유상으로 사도록 한다. 잘 팔리는 물건은 단계적으로 물건 값을 조금씩 올리고 안 팔리는 물건은 단계적으로 물건값을 내린다.이런 구조하에선 재활용시장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시장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히 조정을 해주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제대로 가격을 받을수 있으므로 쓸만한 물건도 가져온다.더 나아가 강제로 물건을 징발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엄연히 시장원리의 지배를 받는 사회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명령지시로는어떤 정책도 성공할수 없으며 재활용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무릇 모든 정부 정책과 마찬가지로 환경보전 정책도 시장원리를 무시하고는 성공할수 없음을 위의 억지 재활용시장에서 교훈을 얻을수 있다. 공무원들에게 어떤 정책을 내놓으라면 상당수가 열정만 앞세워 경제원칙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에 대한 사랑만으로는 환경보전을 달성할 수없다. 환경보전 시책도 반드시 경제원칙에 맞을때만 가능한 것임을 알아야만 한다.김선조(환경부 자연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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