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혈병 6살바기 김남규군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긴머리였던 남규(6)는 다시 시작된 항암치료로 결국 '대머리'가 됐다. 언제치료를 했냐는 듯 여섯 살짜리 꼬마의 피가 또 면역력을 잃었기 때문. 벌써 3년째 병원을 들락거리고 있다.

소중하지 않은 자식이 없겠지만 김헌환씨(46. 운전사)와 이숙이씨(46)에겐 남규가 남다르다. 이들부부는 둘째딸 은영이가 11세 되던 해에 남규를 얻었다. 이때 남규 엄마는 마흔 하나였다.몇차례 유산을 경험하며 불혹의 나이에 얻었던 자식을 하늘이 시기한 것일까. 93년 12월 감기기운을 보이던 남규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정밀 진단을 요구했다. 며칠 뒤 '급성골수성백혈병'이라는 진단서를 받았다.

오줌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던 남규가 어미 가슴에 못을 박고 세상을 떠날 지도 모른다며 절규했지만 눈물, 절망, 포기 따위는 이씨의 몫이 아니었다.

가족들은 모든 일을 버리고 남규 살리기에 나섰다. 1년만에 전세금 1천2백만원을 모두 날리고 이씨 가족들은 생활보호대상자가 됐다. 소식을 전해들은 시장 상인들이 쌈지돈을 모아 남규 치료비에 보탰다. 동구청도 3백만원을 지원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는 끝이 없었다. 94년부터 2년동안2천만원을 쓰고 1천여만원 빚을 얻었다. 남규의 백혈병은 의료보험 적용이 안돼 병원비가 더 들었다. 성덕바우만 돕기가 한창일 때 모방송국이 인터뷰를 하면서 남규를 돕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성덕바우만에 가려져 지켜지지 않았다.

"남규가 태어나던 날 청송에서 찾아온 친정 아버지가 당신의 체온으로 데운 새 젖병을 내놓던 기억을 되새기면 지금도 가슴이 찢어집니다"

이제 이씨에겐 한푼의 돈도 없지만 자식을 살리겠다는 희망만은 꼭 붙들고 있다. 자가조혈수술이라는 걸 하면 나을수 있을 것이라는 영남대병원의 진단도 희망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링거 바늘만 보면 눈물을 쏟는 남규는 올 겨울만 지나면 더이상 병원을 찾지않아도 된다는 엄마의 말을 믿고 119구급대원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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