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보사태-연루의혹 정치인 표정

한보의혹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거론되는 여야인사들은 검찰의 정치권 수사가 코앞으로 다가오자너나 할 것 없이 한보수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보연루설'을 강력 부인하면서도 검찰수사과정에서 자칫 불똥이 튀지 않을까촉각을 곤두세운 채 각종 채널을 동원, 수사진척 상황을 탐문하기도 했다.

○…일부 대선예비주자를 포함, 한보의혹 연루설이 나돌고 있는 여권인사들은 대체로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설 연휴기간중 가족들과 지내고 등산을 했으나 일부는 검찰의 수사진척상황을 알아보는 등 초조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국민회의 권노갑의원과 함께 1차 소환대상자로 거명되고 있는 홍인길의원은 지난 6일밤 울산의 여동생 장례식이 끝난뒤 분당 자택으로 돌아와 일체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여론동향을 예의주시했다.

홍의원은 9일 전화통화에서 풀죽은 목소리로 "지금 뭐라 할 말이 없다"면서 "아직 검찰등 사정당국으로부터 전화를 받은바 없으나 검찰이 소환을 요청하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또 야권이 한보사건의 배후인물로 지목해온 민주계 실세 K의원은 이날 아침 일찍 비서진만 대동하고 인근 산을 찾았다. 그는 자신의 '결백성'을 해명하기에도 지쳤다는 듯 외부와의 접촉을 피한채 상당시간을 등산을 하는데 할애했다.

그러나 K의원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를 반영하듯 서초동 자택과 광화문 사무실에는 그의 안부를묻는 전화가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역시 야권의 구체적인 거명에도 불구, 자신의 무관함을 강력 주장하고 있는 또다른 민주계 실세인 C의원은 지난 5일 심완구울산시장 부인이자 홍인길의원 동생인 김순씨 상에 잠시 들른 뒤 곧바로 생가가 있는 울주군 서생면 이곡리로 이동, 가족들과 휴식을 취했다.

특히 정가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이른바 '한보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는 재경위소속 N의원은 "민주계라 해서 무조건 때려잡으려는 분위기는 자제돼야 한다"며 "출처도 불분명하고 전혀 근거도없는 설에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무관함을 거듭 강조.

이밖에 한보의 민주계 배후인물로 역시 눈총을 받아온 S의원은 최근 검찰 수사와 정태수총회장이 집중적 로비를 벌였을 당시의 정황증거에 비춰 관련이 없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탓인지 지난 6일 지역구에 잠시 머문뒤 곧바로 귀경, 서울 자택에 머물며 여론의 향배를 주시하는 모습.

예결위원장을 지낸 민정계 S의원은 자신의 무관함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지역구내 불우이웃시설을 돌며 지역주민들과의 접촉을 계속하면서도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국민회의는 이미 소환대상으로 표면화된 권노갑의원외에는 김대중총재 측근가운데선 더 이상'다칠' 사람이 없다고 보고 있으나 J의원이 계속 거론되는 데 대해 몹시 신경쓰고 있다.권의원은 이미 검찰의 소환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응해 한보로부터 받은 1억5천만~1억6천만원이 '대가성 없는 순수한 정치자금'이며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비용으로 사용했고, 김총재가정계은퇴후 영국에 있을 때 받은 것이어서 김총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는입장.

권의원측의 한 관계자는 "이를 위해 이미 정치자금법 등 관계법에 대한 검토를 통해 권의원의 정치자금 수수가 현행법이나 당시 법으로나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괴문서'등에 이름이 오른 김총재 측근들인 K, C의원 및 P전의원 등은 한결같이 "정태수회장을만난 일도 없고 돈을 받은 일도 없는데 자꾸 거론하는 것은 야당흠집내기를 위한 정치공작성 음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그러나 한보사태이후 영국에 체류중인 J의원에 대해선 김총재도 귀국 날짜에 관심을 나타내는 등당내에서도 궁금해하고 있다는 소문.

김총재의 한 측근은 "김대중총재가 한보사태 초기에 김영삼대통령을 직접 겨냥, 한보사태를 정치권으로 끌어들일 때부터 야당의원 몇사람도 다칠 각오는 했던 게 아니냐"며 김총재가 국민회의의'예상'피해에 대한 우려보다는 한보사태를 계기로 여권의 도덕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총재는 이에따라 설연휴동안 서울시내 모호텔에서 머물면서 공·사조직으로부터 보고되는 한보사태 관련 정보를 분석하면서 중·장기 정국 대책 마련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종필총재는 연휴내내 세검정 큰 형님댁에서 차례를 지내는 것 이외에는 청구동 자택에 머물면서 이동복비서실장 등으로부터 검찰 수사 동향 등에 대해서만 간단한 보고를 받았고 김용환총장도 8일 지역구인 충남 보령에 내려갔다가 상경.

이실장은 "설날 청구동에 가 김총재를 만났으나 검찰의 한보수사 동향에 특별한 관심을 표명하지않았다"며 "일부에서 김총재 개입설까지 거론하는 모양인데 김총재가 은행장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게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느냐"고 반문.

각종 한보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충청권의 K의원은 "왜 자꾸 내 이름이 거론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여권의 물타기 작전에 더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결백'을 강조.전국구 L의원도 "불순한 세력의 장난에 일일이 대꾸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며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자료를 만들었는지 그 배후를 캐달라"고 주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