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 주축 세계경제 '황금시대'

미국을 주축으로한 세계경제가 근 5년이상 불황을 모른채 질주하고있다. 91년 잠깐 경기침체를겪은 것을 제외하고는 정확하게 82년 후반부터 줄기찬 성장을 지속해온 것이다. 2차대전이후 거의 예외없이 4~5년 주기로 불황-호황의 경기사이클을 경험했던 미국은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언제까지 지속될것인지 의아해하고있다. 무엇이 미국으로 하여금 이런 '황금시대'를 구가하게 만들었는가. 자칫 경기사이클을 주장한 경제학 교과서가 수정돼야하는 것은 아닌지 근착 타임지의 특집내용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본다.

경제학자들은 성장이 5년이상 거침없이 지속되면 '경제황금시대'라고 한다. 요즘 미국이 바로 이런 경우다. 그런데 그 성장속도가 그렇게 높지도 낮지도 않고 적당한 높이를 유지하며 점차 가속화되고있어 세계경기 활황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있다는 분석이 나오고있다.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는 그같은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서서히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고있다. 95년 거의 제로 경제성장에 머물렀던 일본이 지난해는 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선진대국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것이다. 2년전에 이미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한 중국은 최근에는 인플레를 줄이기위해 긴축정책까지 쓰고있다. 섣부른 긴축정책은 자칫 불황으로 연결되기 십상인데 이같은 평범한 경제논리를 비웃기라도하듯 중국은 부작용없이 경제를 '연착륙'시키고있다.

라틴아메리카는 불과 1년전만해도 멕시코 페소화의 붕괴와중에 휘말려 고전을 면치못했으나 지금은 대부분의 국가가 상승국면을 타고있다. 유럽에서는 실업률이 높아지고있고 99년 유럽단일통화(EMU) 발족을 위해 발걸음이 바쁜 가운데서도 경제성장률은 높아지고있다.

미국 월 스트리트에서는 주식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뜨거워져 지난13일 사상 처음으로 다우존스지수가 7천포인트를 넘어섰고 달러가치가 높아짐에따라 외국투자 행렬은 줄을 잇고있다. 사실 미국은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황금시대의 징후는 당분간 쉽게 사라질것 같지않아 경제학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있다.

그렇다면 과연 '불황은 어디로 갔는가'. 1929년 대공황을 거울삼아 경제이론서에는 매출이 줄고이윤이 떨어져 일자리가 없어지는 현상이 곧 불황의 시작이라고 가르치고있고 그 사이클은 4~5년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 포럼에 참석한 세계적인 석학들도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고 있으나 요즘의 불황은 과거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입을 모으고있다.

82년이후의 미국경제는 그 이전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경기사이클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진폭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같은 변화의 원인은 바로 '정보와 기술혁명'때문이라고 보고있다. 정보혁명은 취업의 기회를 넓혀주고 경기변화에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각종 정보를 제공해 주고있다. 특히 기술분야의 발달은 기업의 재고를감소시켜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82년이전 미국 경기침체는 재고누증에서부터 출발했다. 과잉생산은 재고를 누증시킴과 동시에 기업의 생산마인드를 위축시켰고 결국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된것이다. 그런데 현대의 컴퓨터네트워크가 소비시장을 전세계로 넓혀주는 바람에 재고의 위험이 대폭 줄어들었다. 또 기술의 발달은 국제적인 경쟁을 유발, 기업은 체질개선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적은 인력으로도 생산성을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미국경제 '황금시대'에 무슨 비방이 있는 것이 아니다. 높은 기술과 시장의 글로벌화, 노동이동의 자유로움이 지속성장을 가능케한 것이다.

학자들은 이제 세계경제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은 미국의 시장개방, 자유경쟁 정책의 우수성이 입증되고있다고 풀이한다. 그러나 경제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것. 불안요소는 아직도 많다.

미국은 여전히 저축률이 낮고 해외부채가 높은 나라다. 속은 여전히 취약한 것이다. "달러화 강세로 인한 미국무역적자 증대는 외국투자가들의 미국내 증권시장 이탈을 재촉, 이자율을 높여 경제를 뒤집어 놓을 수도있다. 미국경제의 안정성에 대해 얘기한다면 이미 노란불이 켜진 상태"라며조심스런 견해를 내놓는 전문가도 많다.

물론 이런 황금시대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면 미국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겠지만 현재의 글로벌경제체제하에서는 곧 악영향이 모든 나라에 파급될 것이다. 결국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는 당분간번영을 누리겠지만 하나의 바늘이 애드벌룬을 터뜨릴 수 있듯 '황금시대'는 예고없이 갑자기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경제학자들은 경고하고있다.

〈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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