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법의 현실 날카롭게 비판

"법은 무죄인가" 노동법과 안기부법의 날치기 통과, 한보비리 실체에 대한 검찰의 규명실패 등으로 법 전반에 대한 국민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다.

급기야는 한 중소기업주와 민간단체가 '한보수사에 대해 직무유기를 한 검찰을 국민의 이름으로해고한다'는 신문광고를 내기에 이르러 국민의 법감정과 사법기관에 대한 불만은 폭발직전이다.이런 가운데 영남대 박홍규 교수가 우리 사회에 적용되는 법의 여러 원칙을 비판적으로 논한 '법은 무죄인가'(개마고원 펴냄)가 발간됐다.

박교수는 "죄없는 국민을 유죄로 만드는 법과 이런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유죄선고를받아야 한다"며 시종일관 강도높게 비판한다.

수백명을 살상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고 수억원의 뇌물을 먹은 고관대작은 집행유예로풀려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 강도살인으로 사형이 집행되고 수십만원을 받아 실형을 사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 법은 어떻게 합리화 할까. 이런 형편 때문에 국민은 엄청난 패배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무법, 비리가 일상화된다고 지적한다.

박교수는 권력구조만을 편의적으로 9차례나 바꾼 헌법, 정부수립후 96년까지 만들어진 법률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1천5백건이 국회가 아닌 곳에서 제정된 법현실, 기득권 층에게는 관대한 법적용 등 법을 둘러싼 총체적 부실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입법부. 입법부는 유죄인가 무죄인가.검·경에 끌려갔다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나는 것이 1년에 1천건 정도다. 순경이 누명을 쓰고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항소심까지 기각되고 13개월을 복역한 후에야 진범이 잡혀 무죄를선고받고 풀려난 사례 등 법불신을 가져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과연 검·경찰과 법원은 무죄인가.

변호사도 변호받지 못할 비판의 대상이다. 강자를 더 위하는 변호사, 있으나마나 한 국선변호인등 법서비스 기관으로서의 변호사는 개혁과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은 무죄인가'는 한국 사회와 법을 주제로 한 대중적 법입문서이자 사법개혁을 위한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검·경찰 개혁론, 사법부의 독립, 형사재판의 문제점 등 현재 법률구조에 대해 실증적인 분석을 내리고 있다.

박교수는 "법은 인권의 체계라는 관점에서 군림하는 법이 아니라 봉사하는 법을 위한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며 "올바른 법문화를 일궈내기 위해 법원, 검찰, 경찰, 변호사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우리 법이 무죄이기를, 우리 법이 존경받고 존중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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