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북한에 식량보내기

"이종오 "

국제사회에서 한국문제라고 하면 무엇을 의미하는가? 원래는 군사분계선에 의하여 갈라진 2개의한국과 이를 둘러싼 주로 정치적, 군사적인 문제를 의미한다. 그러나 세월이 감에 따라서 새로운문제가 한국문제를 대표하게 된다.

과거 70,80년대에는 한국문제라고 하면 남한에서의 정치적 자유와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에서 한국문제로 부각되었다. 이는 한국(한반도)문제라기보다는 남한문제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90년대 들어서는 한국문제라면 북한의 핵개발과 핵사찰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그러다 95년이래로북한의 식량난이 이제 한국문제를 대표하게 되었다.

◆기아문제 해결 시급

북한에 식량을 누가 어떻게 보내느냐는 이제 한국의 민간사회와 정부에 다같이 가장 시급하면서도 까다로운 문제가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록 남한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졌다고는 하나 북한에 최소한도의 기본식량으로써의 곡물을 지원할 역량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50년대와 같이 남한 자체가 기근을해결하지 못한 상태라면 북한 식량문제는 완전히 남한의 손을 떠나서 미.일.중등 외부 열강들의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식량문제는 모든 복잡한 고려와 사안을 떠나서 일단 원조해 주고 보아야 될 성질의 것이다.물론 북한은 이 과정에서 아쉬운 쪽에서 오히려 큰 소리를 쳐가며 때로는 95년의 쌀지원때와 같이 모욕적인 처사를 범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량지원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여겨진다.

◆원조 이제 시작일뿐

식량문제는 보다 광범한 북한문제의 일환에 불과하다. 북한의 식량상태가 보여주는 것은 북한경제가 이미 전면적으로 붕괴하였고 더이상 가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원의 부담이 식량에만 국한된다면 오히려 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5천억원 정도면 기아를 면케해줄 수는 있다고 한다. 이제 지원요청은 식량에서 기타 소비재로 확대될 수밖에 없고 다음 단계로는 북한의 사회간접자본과 생산시설을 지원해야 하는 단계가 닥쳐오리라고 여겨진다.남한의 북한에 대한 원조는 이제 막 시작인 것이다. 남한은 이제 북한원조학을 배워야 한다. 일정한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식량원조에 뛰어든다면 이를 시작으로 하여 원조통로가 열리기 시작하고북한의 사회, 경제 나아가서 정치구조를 보다 더 이해하게 되리라고 여겨진다.더구나 식량은 의약품과 같이 시간을 다투는 성질의 물자이다. 이런 면에서 이는 과거의 경수로협상과 같이 오래 밀고 당기고 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이런 판에 이것 저것 따지는 북한의 태도는 불가사의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보의 여유를 가지고 상대방을 달래서라도 식량원조는 시급히 실현되어야 한다. 저쪽의 말을 들어준다고 하여서 밑지면 얼마나 밑지겠는가. 남한은 그정도 밑지고도버틸 충분한 밑천을 가지고 있다.

◆거시적 안목 관대함을

장기적으로 결국 남한이 북한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일정한 수업료를 낸다는 각오하에 정부는 관대한 원조정책을 수립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중장기적으로 이는 결코 밑지는 장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에 식량원조를 하는 것이 북한체제의 유지를 도와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려는 너무 근시안적이다. 그런 계산없이 일단은 그냥 도와준다는 심정으로 진행해야 관계개선과 북한개방의 물꼬가 혹시 터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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