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과 하늘이 만나 구름 한점없이 맑았던 25일 오후, 경북 영덕군 강구면 금진리 하저해수욕장. '푸른 파도를 나의 가슴에'라는 주제로 바다체험 행사가 열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장애인들이 닫힌 마음과 설움을 짙푸른 물결에 실어보냈다.
"날아갈 것 같아요" 열 아홉살이 돼서야 처음으로 바다에 몸을 담근 뇌성마비 상진이(대구보건학교 고3년)와 열 다섯살 순열이(보건학교 중2년)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튜브와 자원봉사자 친구들에게 몸을 맡기고 먼발치 바윗돌을 돌아나왔다.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한쪽 다리가 불편한 김씨 아저씨(52)도 술 안주용 바닷게를 잡았다고 껄껄 웃으며 물가에 섰다.생전에는 바다 구경을 못할 줄 알았다는 최순덕씨(40·여·대구시 달서구 월성동)는 바닷물에 몸을 담근 채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80여명의 자원봉사 고교생들도 기쁘긴 마찬가지. 바다에서 장애인 자원봉사를 하는 게 처음이라는 만복이(경북공고 2년)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움직이려는 게 놀랍다"며 평생 자원봉사자를 다짐했다.
"바다를 쳐다보는 것만으로 찌들린 세상살이를 잊을 수 있어요" 교통사고로 20년째 하반신 불구로 지내온 김민자씨(45·여)는 소녀시절의 낭만을 되새겼다.
2백50여명이 모일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4백여명의 지체장애인들이 몰려 자원봉사자들이 애를먹었다. 3백명 분량의 점심식사가 5백인분으로 늘어나자 숙소인 금진초등학교는 시골 잔칫집. 밥을 먹는데만 2시간이 걸렸다. 해병1사단도 장애인 보트 유람과 구조 활동을 맡았다.구조단 김영우하사(24)는 "힘들지 않은 장애인이 없겠지만 바다에선 특히 시각장애인들의 고생이큰 것같다"며 시각장애인 전문봉사원이 되기도.
여름 햇살이 열기를 잃어갈 때쯤 부인과 나란히 백사장 한켠에 있던 태진도씨(48·대구시 남구이천1동)는 점점 각박해지는 세태를 아쉬워하며 가슴에 묻어둔 한마디를 던졌다."저 넓은 바다처럼 세상 사람들이 장애인을 열린 가슴으로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돈 몇푼 던져주는 동정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이웃으로 생각하는 것 말이지요"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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