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일요일 오후 필리핀 성당들은 모두 문을 굳게 닫았다. 미사도 없었다. 대신 신부와 수녀, 신자들은 모두 거리로 뛰어나와 피델 라모스 대통령의 연임을 겨냥한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시위에 참가했다.
이들은 11년전에도 십자가를 앞세우고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내는 '피플 파워'를 어김없이 보여줬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가톨릭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 필리핀. 전체 인구의 84%%가 가톨릭 신자일 정도로 막강한 교세를 형성하고 있는 가톨릭교회가 이번에는 헌법에 규정된 라모스대통령의 단임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 6월 임기가 끝나는 라모스 대통령의 연임 저지에 앞장서고 있는 가톨릭교회는 지금까지 감리교도인 라모스 대통령의 정책을 번번이 반대해온게 사실. 특히 라모스 연임 반대의 선봉장인하이메 신 추기경은 "필리핀을 독재시대로 후퇴시키려는 현정권의 음모를 막아야 한다"며 전 가톨릭 신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라모스 지지자들은 '정치와 종교는 별개'라며, 경제 발전과나라의 안정을 위한 헌법 개정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필리핀 헌법에는 정교분리 원칙이 분명히 명시돼 있지만, 가톨릭교회는 정치는 물론 경제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심지어 신자들은 선거를 앞두고 누구를 뽑을 것인지의 문제를 성직자들과 의논할 정도. 따라서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가톨릭교회의 신경을거스르는 일을 되도록 삼가고 있다.
이처럼 성직자들이 정치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된 것은 지난 16세기 스페인의 필리핀 점령때부터. 당시 스페인 정부는 본국에서 너무 먼 필리핀에 식민지배 관리를 많이 보내기보다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사, 아우구스티누스 교단의 수사 등 성직자들을 통해 필리핀 사회의 질서를유지했다. 복음을 전파하며 광대한 땅을 소유한 성직자들은 1898년 미국이 필리핀을 점령할 때까지 강력한 정치권력을 행사했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강했던 성직자들의 입김이 이번에도 결실을 거둘지 두고 볼 일이다.〈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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