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매일신문사 대선보도자문단과 만난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는 다소긴장된 표정이었다. 지역사람들이 갖고 있는 높은 불신의 벽을 어떻게 하면 깨뜨릴수 있을지에대해 고민스러워 하는듯 했다.
이때문인지 이날 대담은 시종 보도자문단을 설득하는듯한 형태로 진행됐다. 김총재는 외교,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높은 식견을 유감없이 보여줬고 건강, 신뢰성문제등을 지적할때면 '나를 몰라도너무 모른다'는 투로 흥분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총재는 이번 대선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대담을 시작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한마디로검증선거"라고 규정짓고 "유세만 하면 하고싶은 얘기만 하면 되는데 TV, 신문등을 이용한 선거여서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자문단의 한 교수가 "준비된 대통령인데도 그러한가"라고 묻자 김총재는 "다 준비할 수 는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마침 보도자문단이 김총재를 만나고 있을때 김대통령이 신한국당 탈당발표를 했다. 소감을 묻자그는 "늦었지만 잘했다. 국민신당으로 인해 말썽이 크게 생기니까…. 이제라도 대통령은 공명선거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호교수(대구대.문헌정보학)가 "김총재 자신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어떠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묻자 "나를 동물로 본다면 김대중같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일생동안 오해와 누명을 받으면서도묵묵히 원칙대로 살아왔다"고 했다. 또다시 김교수가 "김총재를 호랑이발톱을 감춘 곰과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지역민들이 많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발톱을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보충질문을 했다. 김총재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대통령을 꿈꾼다"고 말했다.
우동기교수(영남대.사회공학)가 "김총재는 대학교수보다 상황논리에 기민해 짜증스러울 때가 많은데…"라고 묻자 그는 "내가 알면 얼마나 알겠나…"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이정옥교수(효가대.사회학)가 "김총재는 카리스마는 대단하지만 개인적 권위주의가 많다는 우려가적지 않은데…"라고 질문하자 김총재는 "가정의 아버지, 어머니들처럼 국가도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그러나 권위주의는 배척한다. 그것이 안 통하는 시대가 됐다. 집권하면 당헌, 당규등을 통해제도적 보완을 해가겠다"고 말했다.
우동기교수가 "여론이나 지지도는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70대중반의 나이로 벌써 한국남성의 평균수명을 넘어섰는데…"라고 하자 "나이는 있지만 건강은 문제없다. 아침부터 밤까지 뛰어다니며수십명의 사람을 만나는 사실을 지켜보면 잘 알 것이다. 믿기지 않으면 주치의와 의논해 건강상태공개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최명주교수(계명대.통상학부)는 "흔히 한국경제를 자전거경제라고 한다. 빨리 달리면 좋은데 천천히 가면 뒤뚱거리는 현상을 두고 말한다. 김종필자민련총재와 박태준의원과 연대를 했는데 이들은 자전거경제를 주도한 사람들이다. 자전거경제재현을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물었다. 김총재는 "집권하면 행정부수반은 내가 된다. 연립정부라 협의를 거치겠지만 그들이 경제를 좌우할수 없다. 박태준의원의 경우 포철신화의 주인공이지만 이미 오래전에 정보시대를 대비해 정보화사업에 투자했었다. 나도 놀랬다. 과거지향적인 사람이 아니다. 나하고 의견이 완전히 일치한다"고 했다.
최교수는 또 "정부, 은행, 기업이 서로 믿지 않는 풍토다. 총체적인 신용위기가 곧 경제위기로 나타난다. 김총재는 말을 자주 바꾸는 사람으로 알려졌는데 집권하면 국가적인 신뢰에 문제가 있지않겠는가"라고 했다. 김총재가 다소 열띤 얼굴로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데 무슨 거짓말을 했나"라고 반문하자 최교수는 "정계은퇴한다고 해놓고 다시 복귀하고 몇차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총재는 "거짓말이라면 원칙을 안 지키는 것이다. 정계은퇴번복은 약속을 못지킨 것이다. 닉슨,드골등 많은 정치인들이 정계은퇴한다고 해놓고 안했다"고 해명했다. 이때 이경우차장(매일신문사정치부)이 "그렇다면 이인제씨의 경선불복도 약속을 안 지킨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김총재는 "그것은 약속이 아니라 서약을 안 지킨 것이다. 당의 법을 어긴 것이고 1만여명이 참석한 대의원회의에서 한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끝으로 이정옥교수가 "대통령이 반드시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김총재는 "무엇보다 한에 맺힌 지역대립을 해결하는 것이고 경제와 남북문제를 잘 풀어가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보다 준비가 더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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