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후보 부산격돌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는 20일 부산지역을 동시에 방문, 지역감정 문제를 놓고 격렬한 공방전을 펼쳤다.

이회창후보는 이날 부산일보초청 대선후보 합동강연회에서 신한국당이 지역감정을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지난 경선에서 충청출신인 나를 영남의 대다수 대의원들이 선출했다"면서 "완전자유경선을 통해 비영남후보를 뽑은 것은 영남인의 자존심이고 자신감"라고 반박했다.그는 이어 "비영남출신을 지지해서 후보로 세운 정당이 지역정당인가 아니면 90몇퍼센트이상이특정정당을 지지하는 곳이 지역정당"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후보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개혁의 초석을 놓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어떤 정권이든 개혁의 정신만큼은 후퇴시킬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 연설문을 사전배포했으나 막상 강연장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다만 "문민정부의 시대를 넘어 세계화의 시대로 가자"고 역설했다. 한 측근은 "개혁의 승계가 자칫 김대통령식 개혁의 승계로 오해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후보는 이날 강연회에서 "내가 지금까지 3번출마해 낙선한 것은 지역정서때문이었다"고 전제, "이번에 영남출신 후보가 없어 중립적인 투표를 하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온갖 정성을 다했는데 여론조사에서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슬프고 너무 충격이 크다"고 참당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후보는 신한국당 김윤환(金潤煥)선대위원장의 영남단결론을 거론한 뒤 "우리가 남이가라 했는데 김대중이가 남입니까, 러시아사람입니까"라고 반문한 뒤 "사람이 못났건 잘났건 도가 다르면안찍겠다는 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고 영남유권자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고 톤을 높였다.

김후보는 "나이로 보나 마지막"이라면서 "대통령이 어디서 나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어떤 정책을 펼치느냐가 중요하다"고 읍소조로 한표를 호소했다.

이인제후보는 강연회에서 DJT연대를 "내각제를 위한 밀실야합"이라고 비난한 뒤 "이번 대선에서세대교체를 통한 정치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그는 방탄조끼를 입고 테러진압을 지휘했던 페루 후지모리대통령을 예로 들며 "일하는 대통령이돼 용기와 열정, 비전과 희망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이후보는 문민정부의 개혁실패에 대해 "결과로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며 "잘못된 것은 모두다시 시작해야 하며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김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후보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부정당 유력인사가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망언을 일으켰다"며 "이는 국민의 정부선택권을 훼손하는 것으로 망국적 지역감정을 부추겨 정권을 잡아보겠다는 사람을용납해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회창후보와 김대중후보는 20일 오후 부산방문을 위해 같은 비행기를 탔으나 악수는 커녕 서로눈길도 주지 않아 최근 두사람간의 심사를 간접 시사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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