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전체가 슬픈 일을 당하면 조기(弔旗)를 단다. 표현이 좀 구차스럽지만, 지금은 슬픈시대다. 12월3일은 국치일(國恥日)이라고 스스럼없이 규정할 정도로 경제적 국상일(國喪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가 너무 심각하면 되레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우기고 싶어서일까. 우리 TV프로를보면 꼭 남의 나라에 사는 것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도 옳지 않지만, 분명히 정신차려야할 때 너무도 엉뚱하다싶어서도 안된다. 시청자들은 TV프로개편이 있을 때마다 속아온 느낌을 가져왔다. 공중파방송답게 프로구성이 나아지리라는 기대는 그때마다 짓밟혀온 것이 사실이다. 일부 방송평론가들의 비판이 아니라 양식있는 시청자들이 한결같이 요구하는 것은 TV가 앞장서 과소비를 조장하거나 폭력·섹스를 부추기는 내용은 자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국민전체는 조기를 달고싶은 심정인데 TV매체만은 조기를 달기는 커녕 나라모양이야 어찌됐든 내갈 길은 그대로 간다는 듯하다. 지난번 가을프로개편때도 주(主)시간대가 오락물로 짜여졌는데, 지금의 위기상황에도 고치는 걸 보지 못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물론 시사(時事)프로그램의 확대등 일부눈에 띄는 변화도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긴박한 오늘의 상황에 대처하고 있지 못한느낌이다. 요즘 몇몇만 모여도 TV방송내용을 질타하는 분위기임을 제작당사자들은 알고 있는지의문이다.
물론 상업방송의 한계도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도 시대상황에 어느 정도 맞춰야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5공때는 저녁 9시만 되면 켜논 TV도 꺼버린 적이 있었다. 뉴스머리마다 당시 대통령의 동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때는 방송이 정부의 완전한 통제하에 있었기때문에 시청자쪽에서 보기 싫으면 꺼버리면 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프로내용을 자율적으로 하는시대인데, 너무 상업성만 좇다보니 '저질'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의 문화생활·정신세계를 이해하려고 황금시간대에 간혹 채널을 맞춰보지만, 낯뜨거워 얼른 꺼버리거나 자리를 피해야 할 정도다. 미국·일본TV모방도 유분수지, 어쩌면 그대로옮겨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세대들이 시청하면 영락없이 모방하도록 의상에서부터 몸짓까지가 저질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과소비를 조장하는 장면이 너무도많아 경제국난(經濟國難)시대에 상응하는 개선이 시급하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