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금발길 작년두배

따뜻한 이웃이 있기에…참사랑이 있기에…'IMF추위'도 녹입니다

국가부도 위기까지 몰린 97년의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이웃사랑은 식지 않았다. 썰렁하리라 예상됐던 이웃돕기 모금 창구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많은 발길이 이어졌다. 벌금대신 징역을 살겠다는 부도중소기업 대표에게도 수백만원의 성금이 답지했다. 구세군 자선냄비를 비롯, 시내버스 안을 도는 이웃돕기 모금함에도 온정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매일신문사 이웃돕기 창구 또한 예년과 크게 다른 분위기다. 전체 성금액수는 비슷하지만 찾아오는 기탁자 수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 지난해 경우 하루 평균 50여명의 기탁자들이 찾아왔으나 올해는 연일 1백명을 넘고 있다. 경제난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돈을 내는 사람은 줄었으나 "푼돈이라도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살자"는 온정은 지난해의 두배. 그래서 기쁨은 열배가 됐다.성탄 전날인 24일 본사 성금접수 창구는 하루종일 북적댔다. 각 교육구청과 계명대를 비롯한 교육기관들, 교사들,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세방건설, 동국합섬 등 기업들도 불경기에 아랑곳않고 사랑을 보탰다. 담당직원은 "올해처럼 기탁자가 많기는 몇년만"이라며 "많은 액수보다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게 이웃돕기의 올바른 정신 아니겠느냐"고 흐뭇해했다.

이달 초 부도를 냈다가 2백50만원의 벌금선고를 받은 중소기업대표 이상일씨(45·서울 성북구 서소문동)도 이웃의 따뜻함을 뼛속 깊이 느꼈다. 벌금 낼 능력이 없어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고 한사연이 알려지자 불과 며칠만에 수백만원의 성금이 쏟아진 것. 대구지역에서는 아시아 통상 이치수사장이 이씨에게 50만원을 보냈다.

지난 10일부터 모금을 시작한 구세군 자선냄비 역시 대구·경북지역에서만 지금까지 7천9백여만원이 모금됐다. IMF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민들은 지난해보다 2천만원이나 더 많은 온정을 냄비속에 부은 것이다.

이밖에 대학생 자원봉사 동아리 학생들이 시내버스 안을 다니며 벌이는 이웃돕기 모금운동도 생각보다 많은 성과를 올리는 등 경제난과 추위 속에서도 우리를 버티게 해줄 '희망의 이야기들'은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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