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을 모태로 해 유유한 모습으로 낙동강은 경상도를 꿰뚫고 있었다.
소백산맥이 나라의 가슴살이고 경상도의 지붕이라면, 낙동강은 경상도의 어머니. 급하면 급한대로,부드러우면 부드러운대로 경상도를 넉넉한 물줄기로 먹이고 씻겨준다.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속살까지는 결코 드러냄이 없는 낙동강. 그런 낙동강의 발원지는 어딜까. 추정되는 곳은 세곳.
황지(黃池)와 용소(龍沼), 너덜샘이다. 아직은 이 세곳중 여기가 발원지라는 정설은 없다.땅위와 땅속을 거푸 흐르며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면서도 낙동강은 사람들의 가벼운지식을 비웃듯이 자신의 모태를 쉽사리 내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소백산맥을 무너뜨리고 온 속살을 발갛게 헤집어도 낙동강의 발원지는 더욱 꼭꼭 숨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태백산이 소백으로 달리다 잠시 숨을 멈추고 물을 만나 만들어진 황지는 가장 널리 알려진 발원지다. 동국여지승람이나 택리지, 척주지등 옛문헌에 모두 황지가 낙동강의 발원지라고 기록돼 있음은 황지의 자존심을 우뚝 세워주기 위함일까. 태백시 중심가에서 관광객들을 손짓하고 있는 황지는 용소와 너덜샘에 비해 귀족대접을 받고 있다.
'낙동강 칠백리 예서 시작되다'는 위압적인 비석과 인공적인 꾸밈으로 사람들의 손때가 가득하지만 하루 5천t의 물이 솟아나는 신비는 다른 모든 것을 상쇄하고 남음이 있다.
황지에서 만난 한 시민은 "경상도 사람들이 태백에 오면 꼭 황지에는 들러 비석이나 연못가에서사진 한 장이라도 찍고 간다"며 "낙동강 발원지라는 그들의 자긍심이 동하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두마리의 용이 두개의 굴에서 살아 '암용소' '숫용소'로 불렸던 용소도 황지와 마찬가지로 자연은없고 사람의 손길만 가득하다.
또 다른 낙동강 발원지로 알려진 용소로 가는 길을 묻자 하류쪽에서 세차를 하던 한 주민은 "조금 위쪽으로 가면 샘이 하나 있는데 낙동강 발원지인지는 모르겠다"며 가리킨 곳에는 콘크리트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두개의 굴을 막고 하나의 연못을 만들어 슬레이트 지붕까지 얹어 놓았지만 낡고 허물어져 반 폐허로 방치돼 있었다.
슬그머니 화가 치민다. "상수원으로 개발을 했지만 물에 석회성분이 섞여나와 식수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 뒤에는 방치되고 있다"는 동사무소 직원의 말처럼 사람들의 관심밖에서 그 흔한 팻말조차 하나 갖지 못한 채로 있다.
황지·용소와 달리 최근에 알려진 너덜샘은 태백산의 줄기에서 경북대 탐사팀이 어렵게 캐낸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포장도로가 뚫린 재중 가장 높은 곳이라는 싸리재와 두문동재(1282m)옆 은대봉(1442m, 일명 상함백산) 기슭 1천170m지점에 있는 너덜샘은 위치와 한참 동떨어진 곳에 '너덜샘 약수'라는 팻말과 함께 약수터가 있긴 하지만 물어물어 가지 않으면 찾기조차 못할 곳이다."황지는 거의 평지에 있고 용소도 700m지점에 있어 낙동강 발원지로 추정하기엔 부적합하다"는탐사팀장 김우관 경북대 교수(지리학과)는 "물은 아래로 흐를 수 밖에 없는 특성에 따라 황지와용소의 상류를 역추적해 너덜샘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한다.
반면 김강산 태백문화원 사무국장은 "용소 상류에도 이첨지터샘, 새참봉터샘이 있고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는 검룡소 상류에도 제당굿샘이 있는등 태백산 줄기를 중심으로 많은 샘들이 산재해 있어 특정 장소를 발원지로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발원지 추적문제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않는 눈치다.
그러나 경상도 사람들이야 어디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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