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상)-그래도 인술(仁術)이 먼저다

의료사고가 발생할때마다 의사와 환자가족간의 분쟁은 책임소재문제로 비화되곤 해왔다. 환자측의주장은 한결같다. '사람은 살려놓고 봐야한다'는 의료도의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가하면 병·의원측은 보호자의 참관·동의가 없는 환자에 대해 섣불리 수술등 환자소생을 위한 강력한 액션을 취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22일 경북대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도 지금까지 수없이 논란돼왔던 의료도덕성에 대해 또한번병원측과 환자가족측의 마찰을 빚게했다. 사건발생부터 사망까지의 시간대별 정황을 보면 칼에 찔린 중환자에 대한 수술이 4시간이상 지연된 것은 환자가족의 입회 오퓔 기다렸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병원으로서는 가족이 있든 없든 생명을 살리는 쪽으로 신속히 움직였어야 했다는 것이 상식이다.

특히 사회적 불안정기를 틈탄 강도상해사건이 빈발하고 있어 피해자구호가 시급해지고 있기 때문에 병·의원도 '생명이 먼저'라는 본연의 임무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임을 인식해야 한다.더욱이 이번 경북대병원사고의 경우는 수사경찰관이 직접 환자를 데리고 온 케이스인데, 이때는경찰관참관하에 즉각 수술에 들어갈 수도 있었던 정황이었다. 보호자가 늦게 나타나 수술이 지연됨으로써 귀중한 생명이 희생됐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병원측 관여의료진도 할 말이 없지않은줄 안다. 환자가족의 입회·동의없이 수술했다가 사망할 경우'수술잘못으로 죽었다'는 가족측의 항의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상 보호자동의없이 수술도중 사망할 경우 의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한 조항이 사실상 의사들의 발목을 잡고있는 셈이다. 실제로 종합병원 과장급등 노련한 의사들도 환자가족동의 없는 수술을 기피할 정도로 의료사고의 후유증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관계자들은 의사와 환자측과의 진료마찰을 없애기 위해선 '의료분쟁조정법'을 빨리 시행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보호자동의없이 시급한 수술등의 조치로 불의의 희생자가 날 경우 국가도 일정부분 책임을 져 달라는 내용이다. 의료사고사망자의 경우 1억~5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의사 혼자 짊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많은 의료인들은 인술(仁術)이 먼저이긴 하나 환자상태가 나쁘면 보호자를 찾기마련인 현행 의료법을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도 아까운 생명이 희생되는 일을 막기위해선 관계법보완과 함께 의료인들의 생명존중의식과 적정한 상황판단능력의 제고가 아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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