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부 신임포철회장은 17일 주총직후 '포철구성원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이 우려된다'는 사내외의 지적과 관련, "문책은 생각해본바도, 있을수도 없고 모두가 한가족이라는 일체감을 바탕으로단결해 회사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유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2만여명 포철직원뿐만 아니라 비슷한 숫자만큼의 협력업체 직원과 해당업체장들에게 오히려 더 큰 안도의 '기쁨'을 주는 것이었다.
포철이라는 거대한 공장을 돌리는 주체 가운데 빼놓을수 없는 부분이 협력.하청업체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대부분은 자력보다는 '포철'이라는 발주업체의 방향설정에 따라 언제든지 생사(生死)가달라질수 있기 때문에 포철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
최근 수년간 포철 및 계열사들의 협력.하청사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TJ(박태준전회장)가 포철을 완전히 물러난 지난 93년 이후 협력하청사 교체에는 '○○○씨의 영향력'이라는말이 으레 따라다닐 정도로 뒷말이 무성했었다. 영향력 행사자로 거론되는 사람에는 국회의원도있었고 유사정치단체, 각료, 청와대등 다방면의 인사들이 망라됐다.
불행스런 일은 이같은 뒷말의 상당부분이 사실이거나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 업무를 담당했던 한 포철직원은 "담당부서나 직원들에게 부여된 재량권이라는 것은 사실상 거의 없고 사전에 짜여진 각본대로 짜맞추는 것이 우리가 했던 일"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포철은 언제나 나름대로의 이유를 끄집어 냈다. 어떤 때에는 '업무특화'를 핑계로 교체했고 또어떤 때는 '협력사 구조건실화'나 '지역협력'을 내세워 업권을 회수하기도 했다.이같은 일련의 사태들이 빚어낸 지역간, 업체간, 근로자간 갈등의 골은 예상외로 컸다. 지난 93년당시 상황을 지켜본 포철계열사 간부 ㅅ씨. "정치권에만 PK가 있었던게 아니라 경제에도 PK, 심지어 일용노무자들까지 PK로 교체됐다는 말이 난무했습니다" 와병중인 상도동 실세 ㅊ씨나 ㅂ씨등의 이름이 공공연히 오르내렸고 협력작업의 상당부분이 부산.경남과 관계있는 사람들에게 넘어갔다는게 ㅅ씨의 진술. 이 과정에서 포철 및 계열사의 업무가 혼란을 겪는 것은 당연했다.업체간 등돌리기는 더욱 심했다. '먹은 자'와 '먹힌 자'간 끊임없는 비방이 이어졌고 포항경제는나날이 내리막길로 내달았다. "TJ시절이 그립다"는 포항시민들의 자조가 골목마다 넘쳐났다. 지난해 포항북구 보선에 모후보 참모로 활동했던 ㅈ씨는 "TJ가 쉽게 당선된데는 그에 대한 정치적신뢰도 한몫을 했지만 정치권력 및 주변인사들의 호가호위(狐假虎威)식 횡포에 대한 반발과 지역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빼놓을수 없는 부분이 협력 하청업체와 관련한 사람들의 선거도움이었다. "업체를 지키기 위해 TJ편에 서는 사람도 있었고, 빼앗긴 물량을 되찾거나 신규물량을 얻기위해 충성을 과시하는 이도 상당수였다" 협력업체 사람들의 이같은 선거후일담은 포철을 둘러싼 '생존경쟁'의 치열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제 포철총수가 교체됐다. 직원들은 "또 협력업체가 바뀌는 것 아니냐"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직원들 역시 "잦은 협력업체 변경은 포철생산성 향상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모으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보복을 않겠다고 했듯이 총수가 바뀌었다고 협력.하청사까지 물갈이하는경제보복도 없어져야 합니다" 포철 중견간부 ㅂ씨는 "포철을 위하고 포항경제를 위하고 국가를위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성년을 맞은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일"라고 말했다. 신임 유회장의 "과거사를 들춰내는 문책은 없다"는 말이 과연 그대로 지켜질지 지역민들은 '기대반 의심반'으로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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