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고조선 본격연구 기대된다

우리 학계의 고조선 연구는 여태까지 부진을 면치 못해왔다. 일제시대에 만주·북한지역에서 출토된 청동기 유물은 극히 미미하게 국내에 남아 있고, 유물과 유구를 발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80년대 들어 북한의 연구자료들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그들의 보고서를 훑어보는 정도가 고작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북한은 59년 평북 의주군 미송리, 64년에는 평북 용천군 신암리 유적을 발굴하고, 60년대에 중국과의 협약으로 만주지역 유물 발굴도 본격화됨으로써 고조선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띨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자료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고조선 미송리형(美松里型) 토기들이 대거출현해 우리 학계도 이제야 고조선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를 만나게 됐다. "광복 이래 고고학계에 내린 최대의 선물"이라고 흥분 하는 학자가 있을 정도로 미송리형 토기의 출현은 고조선연구에 큰 의미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고조선 토기 7점은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김영길(金永吉·81)옹이 소장한 유물들로 그의 부친인 김봉명(金鳳明·북한에서 생사불명)이 일제때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 박물관이 소장한 토기들보다 상태가 더 온전한 이 유물들은 지금까지 그 가치를 몰라 보관돼오다가 31일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미송리형 토기는 기원전 10세기에서 기원전 5세기까지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무문토기로 북한에서는 비파형 동검(銅劍)과 함께 고조선의 표지유물로 '최고의 토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송리, 신암리 발굴에 이어 압록강 상류의 자강도 중강군 장성리와 토성리, 청천강 유역의 세죽리와구룡리 등에서도 발견돼 북한 학계의 고조선 연구가 본격화됐었다.

북한 학계에서는 고조선 시기의 전형적 유물인 미송리형 토기와 비파형 동검문화는 평양지방에서비롯됐다며 동방 최초의 금속문화 발원지인 평양지방에서는 이미 5천년전에 고대국가가 번성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중국 동북지방에는 다양한 문화를 가진 여러 민족들이 존재했으며, 요녕청동문화라는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했고, 기원전 1,000년께 비파형 동검과 미송리형 토기문화는고구려 이전의 맥족문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번 토기의 출현은 우리 학계가 고조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되고, 남북한 고고학 교류와 민족동질성 회복의 지름길을 찾게되는 전기가 될 수 있기 바란다.우리 학계도 고조선의 본거지가 평양 부근인지, 중국 요동반도인지에 대한 논의가 일 것으로 보이지만 한반도의 청동기문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각종 유물들이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다는사실이 새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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