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 역세권 IMF 브레이크

지난 2일 대구지하철 1호선이 완전개통됨에 따라 하루 평균 17만명선의 시민이 지하철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지하철 역 주변 상가는 유동인구가 늘면서 이에 따른 상권 활성화가 기대된다.그러나 지하철 역세권이 '엄청나게' 부각될 것이라던 지난해까지의 예상은 일단 빗나갔다.원인은 말할것도 없이 IMF한파. 또 지하철 이용객이 예상보다 적은것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다수의 역세권 주변상가는 6년전 지하철 공사착공 이전수준으로의 경기회복을 1단계 목표로 잡고있다. 또 기존 상권이 약했던 신설역 주변은 5층 안팎의 건물이 들어서면서 분양과임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활기를 띨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역세권 주변 상권 및 경기를 전망해본다.

▨기대 못미친 역세권 경기

지하철 1호선 건설공사장 주변 상가들은 소음, 먼지, 교통불편을 6년이나 참으면서 '개통 이후'를 기대해왔다.

지난해 10월까지 역세권 주변의 부동산 값이 꾸준히 상승한 것도 당연한 일로 생각됐다. 곳곳에서 새 건물이 올라섰다.

그러나 이런 희망은 IMF로 큰 상처를 받았다. 고금리, 임금삭감, 실직, 적자경영 등으로 시민들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새 건물을 올리던 일부 건축주는 공사를 중단하거나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헐값에 부동산을 파는 아픔을 겪었다. 예상대로라면 건물이 없어 입주를 못할 정도가 돼야 하지만 지하철 완전 개통 이후 오히려 텅빈 건물이 즐비하다.

지하철 이용객도 당초 하루 평균 20만명을 예상했으나 16만~17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IMF가 지하철처럼 쌩쌩 달리고 싶은 역세권 상권을 더욱 붙들어 매는 꼴이다.

지난해 11월 개통된 진천역~중앙로역 구간은 얼마전 운행을 시작한 대구역~안심역 구간에비해 상권이 그나마 활성화된 편이다. 그러나 출발역인 진천은 역사 주변 공터에 과일, 채소노점상이 들어섰을뿐 아직 큰 변화는 없다. 가전제품 취급업소를 비롯한 몇몇 전문상가는다니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다.

월배역과 상인역은 기존 시장과 각종 전문매장을 중심으로 지하철 공사 이전의 모습을 찾았으나 특별한 매출 변화는 보이지않고 있다는것이 상인들의 평가다. 상인역 주변은 주택가,학교 등을 끼고 있는 특징때문에 치과, 약국, 스포츠의류매장, 가전대리점 등이 눈에 띤다.월촌과 송현역은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몇몇 건물이 신축 중이다. 다만 송현역 주변은기존의 가야기독병원 이외에 몇개의 소형 전문병원이 들어서 의료관련 상권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서부정류장을 끼고 있는 성당못역은 시장, 상가가 예전처럼 활력을 되찾는 분위기다. 유동인구가 많은 탓에 의류, 음식, 소규모 의원 등 복합상권의 형태를 띄고있다.

대명, 안지랑, 현충로역은 안지랑네거리 주변을 제외하고는 상권 형성이 저조한 편이며 주택가 연결거점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영대병원과 교대역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 반면 명덕역 주변은 금융기관이 밀집된 상권 특징을 잘 살려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지하철 개통으로 가장 재미를 보고 있는 지역은 중앙로역.

중앙로 중에서 반월당네거리~중앙네거리까지 극장가, 컴퓨터전문상가, 서점 등은 상대적으로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하지만 중앙네거리~대구역 구간은 예상보다 저조한 실정이다. 특히 대구역이 철도역 뒤에자리잡았기때문에 이 구간의 상권은 활성화에 문제가 있다는 상인들의 푸념이 나오고 있다.새로 개통된 구간 중에는 칠성시장역이 짭짭한 재미를 볼 뿐 신천, 동대구역, 큰고개, 아양교역은 예상밖의 저조한 모습이다.

칠성시장 상인들은 각종 행사를 준비해 시민들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반면동대구역은 기존의 버스.철도 승객을 상대로 한 비지하철 이용객 중심의 상권을 발전시켜나갈 전망이다.

동촌, 해안, 방촌, 용계, 율하, 신기, 반야월, 각산, 안심역 중 2~3곳에서는 새로운 상가 형성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나머지는 가까운 시일내에 지하철 개통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예년수준의 상권회복에 만족해야할 형편이다.

그러나 종착역인 안심은 하양, 영천 등으로 출퇴근하는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 상인들이 상당한 기대를 걸고있다.

▨역세권 경기, 장기 전망은 밝다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지만 시간을 두고 역세권을 지켜보면 제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게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미창업컨설팅 이재완소장(39)은 "아무리 괜찮은 위치라고 하더라도 경기 상황을 충분히고려, 섣불리 투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특히 대구시민들이 새로운 문화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전문회사에서 대구시민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60~70%가 소비패턴을 바꾸는데 3~5년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볼 때 역세권 활성화는 6~7년을 내다봐야 한다는분석이 가능하다. 물론 여기에는 지하철 주변 역세권이 서울의 1/12에 불과한 대구의 한계도 포함돼 있다.

사업을 원하는 사람들은 각 역세권의 전체 상권 조망과 함께 특정 분야의 업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같다.

하지만 일부에선 IMF체제가 단기간내에 극복된다면 지하철 역세권은 투자가치 1순위로 급부상할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하고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12시간 영업을 기준으로 유동인구 3천~5천명인 지역은 신변잡화와 식음료 가게, 유동인구 8천~1만명인 곳은 유행상품과 전문식당 및 매장 등이 유망 업종이라고 말한다. 어떤 경우에도 전문가와 상담한 뒤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있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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