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트럭운전사', '세일즈맨'이라고 답하지만 일본이나 유럽국가 아이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면 '미쯔비시', '폴크스바겐'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미국에선 직종이 곧 직업이지만 종신고용제에 길들여진 아시아나 유럽에선 직장이 직업인셈.
미국형 자유시장경제와 유럽형 사회시장경제의 차이를 단적으로 부각시켜주는 사례이다. 미국형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업이나 도산은 물론 노동자 임금과 해고도 시장경제에맡겨둔다. 반면 유럽은 노동자는 임금, 노동시간, 복지 등에 있어 법적 보호대상이며 실업문제 역시 생산성 향상과 노동시간의 탄력적인 조절을 통해 이뤄내야 한다고 본다.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며 2위 수출국가인 독일도 전형적인 유럽형 모델을 따른다.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은 독일 대량실업의 원인을 고도로 발달된 복지체제로 돌린다. 일자리를 구할 능력이 있는데도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사회보호비로 살아가는 고의 실업자가 2백80만명이나 된다.
독일 전체 인구는 8천2백만명인데 임금부담률도 세계 최고다.
기업체가 노동자 1인에게 월급 1백만원을 주면 이에 따른 실업, 의료, 연금, 산재, 간병 등 5대 사회보험료 25만원을 추가부담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업자는 늘어나는데도 기업들은 해외로 빠져나갈 생각 뿐이다. 사회보장비용 부담이 큰 신규인력을 고용하느니 차라리 값싼 해외 노동력을 택하는 쪽이 기업 경영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 실업률은 12.5%를 웃돌고 있다. 실업자수는 4백80만명선. 실업자들은 매월 7일실업통계 발표일에 맞춰 노동관서 등을 방문,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엔 3백여개도시에서 실업자 5만여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특히 구동독지역 실업률은 21%를 넘어섰고청소년 실업률은 유럽연합 평균의 1.5배인 10%대에 진입했다.
정부에서 45조원에 이르는 실업대책 예산을 배정, 갖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구조적 실업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기업과 노조는 종전의 평생직장 개념을 수정, 파트타임제를 전격 도입하고 고령의 인력을 신규인력으로 대체하는 쪽으로 의견 접근을 보고 있다.실제로 정부 대책보다 이같은 기업과 노조의 노력이 훨씬 효과적인 실업대책으로 평가받고있다. 이미 폴크스바겐사와 금속노조는 55세 이상 고령인력 1만명을 현임금의 85%를 보장하는 선에서 앞으로 5년간 파트타임으로 돌리고 연간 1천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키로 했다.바이엘사도 2000년까지 고용보장을 조건으로 임금동결에 합의했고, 금속노조 산하 화학부문노동자들도 최고 10%까지 임금 삭감에 동의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독일 노조는 임금삭감과 근로시간 축소로 인한 고용보장은 '싸구려'라며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직 작은 바람에 지나지 않는 유럽 고용환경의 변화는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 국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과연 종신고용제 시대는 끝난 것일까. 유럽의 변화에 무엇보다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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