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현장-"악극은 한국의 뮤지컬"

'악극은 돈이 된다(?)' IMF한파덕에 웃고 울며 시름을 잊을수 있는 악극이 연극계 최고의 흥행분야로 부각되면서'악극의 상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93년 서울극단 '가교'의 '번지없는 주막'을 시작으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악극은경제위기로 불안한 마음을 달랠길 없는 관객들이 어려웠던 옛적을 회고하며 카타르시스를느낄수 있는 IMF시대의 대중극양식으로 붐을 이루고 있다. 올해만도 대구에서 공연된 악극은 '불효자는 웁니다' '눈물젖은 두만강' '눈물의 여왕' '이것이 유랑극단' 등 4편. 신파극,창작대중가극 등 여러 이름을 내걸었지만 결국은 노래와 극을 합친 악극양식의 연극들이었다. 이달말에도 '이수일과 심순애' '그때 그 쇼를 아십니까' 등 2편의 악극이 잇따라 공연되는 등 악극의 유행은 숙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940~50년대 격동기에 번성했던 악극의 재유행은 연극을 등졌던 대다수 40~60대 중장년층을관객으로 확대시켰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으나 연극적인 요소보다 상업성이 극대화된 일종의 '흥행몰이쇼'로 변질될 우려를 낳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말 대구에선 공연된 악극 '이것이 유랑극단'은 최무룡 구봉서 등 원조 악극배우들이 총출동, 예전의 악극을 원형 그대로 재현했다는 의미가 있으나 1부 악극 '유정천리'보다 2부 버라이어티쇼에 더 비중을 둬 상혼이 엿보였다.

대구지역 연극 관계자들은 악극이 예술성은 외면한채 흥행에만 치중할 경우 '그 밥에 그 나물'인 변화없는 악극에 관객들이 식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50년대말 악극이 소멸하게 된 것도 허장강, 황해 등 대부분의 악극배우들이 때마침 붐을 이룬 한국영화로 흘러들어간 점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지나치게 흥행에 몰두한 악극을 대중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영남대 이상우교수(국문학과)는 "악극은 서양의 뮤지컬에 대응할수 있는 한국적인 음악극양식"이라며 "경제가 안정된 이후에도 관객들이 악극에 몰릴수 있도록 악극의 예술적 승화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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