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엔약세 행진…득인가 실인가

최근 일본 엔화의 가치가 90년대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놓고 국제통화 당국자들사이에 찬반이 엇갈리는 등 엔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미달러화는 91년 6월 이래 처음으로 지난 8일 1백40엔선을 돌파했고 3일 후에는1백42엔대까지 올라가 90년 9월 이후 최고 시세를 기록했다.

침체된 일본 경제와 호황을 타고 있는 미국 경제 사이의 간격이 최근 달러화 강세의 주요원인이라고 외환시장 거래인들은 말하고 있다.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아시아 주식시장들이 추락을 거듭하는 가운데이른바 금융계 '빅뱅'으로 자본 이동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면서 자금이 보다 수익성이 좋은곳을 찾아 일본을 속속 이탈하고 있다고 이들 거래인은 말했다.

그러나 어두운 구름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인다는 식으로 일부에서는 엔화 약세를 일본 경제 부양의 마지막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산와(三和)은행의 수석 경제분석가 사이토 미츠루는 "물론 엔 약세에 따른 긍정적인 요인도일부 있다"며 엔 약세가 기업들의 수익을 증진시키고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높여준다는 측면을 가리켰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99년 3월로 끝나는 올 회계연도의 대달러 환율을 1백21엔으로 잡아 놓고 있어 환율이 20엔 정도 오른다면 이들 기업의 수지보고서가 보다 장미빛으로 채색될 것은 틀림없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다이와(大和)연구소에 따르면 대달러 환율이 10엔씩 오를 때마다 GDP 성장률은 약 0.2%가높아지는 것으로 돼 있다.

엔 약세는 이와 함께 일본을 보다 저렴한 곳으로 만들어 외국인 직접 투자에 대한 잠재적매력을 높여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수출주도형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엔의 지속적인 하락은 중국 위앤(元)화의 평가절하를 자극, 아시아에 또다른 통화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경제학자들은 아울러 일본 제품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을 제압하는 반면 외국에서의수입은 크게 줄어 무역 마찰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이샹룽(戴相龍) 중국인민은행장은 엔저가 외국인 투자 유치와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일본 정부가 엔화를 안정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파차이 파닛차팍 태국 부총리도 엔화의 속락이 "태국에게는 재앙"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과 견해를 달리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도쿄의 도이체방크 선임 통화전략가 케네스 랜던은 그동안 엔화의 실질 가치가 다른 아시아권 통화들보다 낮았던 게 아니라 오히려 훨씬 높았다면서 지난해 엔화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에 대해서는 76%, 태국 바트화와필리핀 페소화에 대해 각각 31%와 18%가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래의 통념대로라면 아시아권 통화들이 엔화에 대해 폭락했으므로 아시아 국가들의대일 수출이 급증했어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엔화를 아시아의 믿을 수 없는 골칫거리로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친 단순논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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