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작가 김원일씨(56)의 변신이 화제다. 분단의 현대사와 상처받고 소외된 민중의 삶의 탐구에 끈질긴 집념을 보여온 그가 근년들어 심정의 변화를 일으킨 조짐을 보이더니 아예 '남여상열지사(男女相說之詞)'쪽까지 내려왔다.
'분단문학'을 대표하는 김원일씨의 연애소설 '사랑아, 길을 묻는다'(문이당 펴냄). 작가생활30여년만에 처음으로 남녀의 사랑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을 냈다.
국운이 쇠했던 조선조 말기 한 남녀가 벌인 사랑의 여로. 작가는 "장옷 쓴 여인은 노새 등에 타고, 경마잡이 사내는 옷고름 날리며 사랑과 신앙의 틈새에서 역마살로 떠도는 조선조풍속화의 한 정경을 줄곧 떠올리며 이 작품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나이 마흔일곱의 서한중은 이따금 나간 공소에서 사리댁을 만난뒤 사랑에 빠진다. 그는 처자를 버리고 김참봉의 후실인 사리댁을 데리고 야반도주한다. 그들은 김참봉의 추적을 피해산중에서 화전살이를 하는등 천신만고의 고되고 위험한 생활을 한다. 서한중은 그 과정에서오직 사리댁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
한 여자를 얻기 위해 모든것을 버려야 했던 남자. 사랑에 대한 금기가 많이 허물어졌다는지금 이 시대에도 가정과 종교를 버리고 자신이 선택한 사랑만을 쫓으며 살아간다는 것은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작가가 그리고 있는 사랑은 오늘날의 도덕적, 사회적 잣대로 볼 때 불륜에 해당한다.그러나 이 소설 속의 두 남녀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다. 아마도 이들의 사랑이 보통 사람들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지독한 사랑'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지독한 사랑'의 정당성은 작가의 문체에 빈틈없는 구성에 힘입은바 크다. 작가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난의묘사를 통해 그러한 사랑의 위험을 상기시켜 주는 한편 이들의 사랑을 강렬하게 부각시키는장치로도 사용한다. 성(聖)과 속(俗)사이를 끊임없이 방황하는 인간들의 보편적인 모습에다감칠맛 나는 토속어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씨는 본지에 연재된 한무숙문학상 수장작 '아우라지로 가는길(원제 도시의 푸른 나무)'에서 도시의 환경문제를 다루는등 주제의 확대를 꾀해왔다.
그동안 김씨는 '불의 제전' '늘 푸른 소나무' '노을' '마당 깊은 집' '겨울 골짜기'등의 소설로 한국소설의 한 전형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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