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으로 지역 기업들도 이제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수술대 위에 올랐다.
섬유와 주택건설, 유통, 금융, 자동차부품을 중심으로 이뤄져오던 지역의 산업구조는 이번워크아웃 과정에서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될것이 분명하다.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지역 경제가 하루빨리 회생의 길로 들어서기를 누구나 바라고있지만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워크아웃 파장에 휩싸인 지역 경제의 현주소와 앞으로 가야할길을 산업부문별로 짚어본다.〈편집자주〉
우리 나라 최대 섬유산업 도시는 어디일까. 대부분의 사람들,특히 대구사람들은 당연히 대구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틀렸다. 정답은 서울이다. 광공업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는 전체 섬유업체와 종업원 수,생산액에서 서울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직물업체수에서 서울보다 앞설 뿐이다. 대구가 직물부문만 강하지 섬유산업중 고부가 산업인 패션·의류 및 무역부문이 취약한 탓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구 섬유산업 육성방침과 관련 대구시가 패션어패럴 산업을 육성키로 한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구 섬유산업은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있다. 먼저 안으로는'아시아의 밀라노'계획이 차질을 빚고있다. 정부는 지난 6월말 발표키로 했던 대구섬유산업육성방안을 아직도 확정짓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시의 어패럴 밸리 조성계획도 예산당국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주)갑을과 갑을방적의 워크아웃 대상기업선정은 지역 섬유업체들에게도 구조조정 바람이 더이상 '강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밖으로는 직물수출이 급감하면서 지역 업체끼리 세계 도처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직물수출의 금기였던 생지(가공하지 않은 원단)수출 비중이 30%를 오르내릴 정도다. 중소업체는 물론 대기업들도 생지수출로 연명하고 있는 형국이다. 해외시장 관계자들은 "대구는 '세계적 화섬직물 산지'가 아니라 이제 '세계적 임하청 직물산지'로 전락했다"고 빈정댄다.이와 관련 지역 중소 섬유업체들은 대기업들을 향해 덤핑으로 중소업체를 죽이는 '암'이라고 비난한다. 반면 대기업들은 중소업체들이 마케팅 능력도 없으면서 무작정 생산량을 늘려수출에 나서는 '에이즈'라고 비판한다.
누가 옳든 이젠 너나 할것 없이 구조조정이란 '도마'에 오른 생선꼴이 됐다. 숨이 왔다갔다하는 판에 잘잘못을 따질 겨를이 없다는 얘기다. 대구 섬유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수술을 거론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술을 견뎌낼 체력이 없는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수밖에 없다. 다시 예전처럼 섬유산업 합리화 조치 등을 거론해봐야 소용이 없다. 정부가 능력이 없을 뿐더러 IMF도 WTO도 그런 지원을 할 리 없다.그렇다면 대구 섬유산업이 나아갈 방향 정립과 수술의 주체는 누가 돼야 하는가. 김대통령의 지시에 마지못해 지원시늉만 내는 산업자원부는 믿을 곳이 못된다. 대구시와 경북도도정확한 진단과 수술기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남은 곳은 지역의 섬유단체 및 조합. 그러나사분오열돼 제몫 챙기기에만 바쁜데다 지역 섬유산업과 관련 제대로 된 통계조차 파악못하고 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사메이커들의 모임인 화섬협회는 최근 일본 노무라연구소에 경영컨설팅을 의뢰,화섬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진단했다. 지역의 한 섬유관계자는 "진단은 이해관계가 없는 외국 컨설팅사가, 수술은 정부와 대구시,경북도가 맡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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