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집을 방문했었다.
그런데 집안에 책이 엄청나게 많았다. 거실에도 아빠방에도, 아이들방에도 온통 책이었다.그래서 언뜻 '아, 참 지성적인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책들이 모든 전집류뿐이었다. 먼지만 뽀얗게 쌓인 것이, '장식속의 책'이란 느낌이왔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집안사람들을 다시 보게됐다.
요즘 아이들을 키우면서 조기교육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쏟아붓는 돈과 노력이 엄청나다. 90년대초 대도시 중산층에서 일기 시작한 이 열풍은 어려운 IMF시대에도 숙질줄 모른다.
그러나 읽지도 않으면서 장식으로 진열된 책처럼 교육이 '박제'가 되는것 같다. 교육이 박제가 되고 어머니가 박제가 되고, 덩달아 아이들까지 생명력이 없어지고 있는 듯 하다.예전에도 어머니들의 교육열은 높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석봉과 맹자어머니일 것이다.한석봉에게 '떡썰기 수업'을 가르쳤던 어머니는 과연 어둠속에 아들을 내밀며 무슨 생각을했을까. 단순하게 글씨만 잘쓰는 기능인으로 성공하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석봉의 어머니는 책만 잔뜩 쌓아놓듯, 깔끔하게 썬 떡들을 진열하지는 않았다. 어둠속에서 직접 몸으로 깨우쳐 교훈을 삼게한 것이다. '어머니가 할 도리'의 극치를 보여준다.
지금의 어머니들을 만나보면 모두 조바심이 나 있다. '내 아이만은 뒤쳐져서 안되는데…''남의 아이는 저러는데…'. 실제적인 교훈을 주지 못하고, 한술 더 떠 어머니들이 지레 경쟁에휘말린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까지 경쟁의 회오리속으로 내몰린다.
물론 경쟁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페어플레이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지적인 학습능력을 조기에 가르치려는 노력 대신에 올바른 삶의 자세를 어린 시절부터 가르쳐 줄 수 있는 어머니가 됐으면….
(동화읽는 어른 모임 회장)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주진우, 김민석 해명 하나하나 반박…"돈에 결벽? 피식 웃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