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5시20분쯤 군위군 소보면 독성리 앞 천변. 한 농부가 술에 얼큰히 취한채소주 한병 담배 10갑이 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부서진 다리를 보고 무슨 소린지 모를 말을혼자서 하고 있었다. 술냄새가 물씬했다.
이 마을에 사는 은장수씨(56)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은씨는 이번에 논 5마지기와 밭4마지기를 모두 떠내려 보냈다. 16일 폭우로 길이 1백25m짜리 잠수교가 완전히 떠내려가고립 7일만에 이날 처음으로 강을 건너 왔다. "담배를 사려고 허리까지 차는 위천을 겨우건넜으나 화를 참을 수 없어 술부터 마셨다"고 했다.
은씨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울었다. 16가구 40여명 주민들이 꼼짝도 못하고탄식으로 보낸 일주일이 악몽 같다고 했다. 둑이 터져 도로가 엉망되고 논밭도 모래밭인지자갈밭인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혼자 사는 옆집 할머니(65)가 고추.참깨밭을 모두 떠내려보내 올겨울을 어찌날지 모르겠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손에 든 한되짜리 소주는 이날 밤 동네사람들과 나눠 마실 참이라고 했다. 휘적휘적 다시강을 건너려 옷을 벗는 그의 등 뒤로 어쩐지 차가운 기운이 스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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