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새벽 1시부터 장대비가 퍼 부었다. 오전 7시쯤 농수로 둑에 구멍이 생겨 물이하우스 쪽으로 넘쳐들기 시작했다. 119구조대와 관계기관에 응급 조치를 요청했지만도로가 잠겨 올 수 없다고 했다. 하우스 안과 마당은 허리춤까지 물이 차 올랐다. 마대에흙을 담아 하우스 앞을 막아 보고 물길을 돌리기도 했지만 속수무책.
낮 12시20분쯤 길이 뚫려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장비가 부족해 올 수 없다고했다. 그 사이 오이.열무.들깨 등 2천3백여만원 어치의 작물이 유실됐다. 2년전부터 척박한땅을 유기 토양으로 만들기 위해 흘린 피땀도 떠내려 갔다.
96년도 이곳에 땅을 살 때부터 농수로 둑이 허술해 농지개량조합 직원들에게 보수를요청했지만, 그들은 위험을 알면서도 예산타령만 했었다. 지난 19일엔 면사무소 직원이피해조사를 했다. 그도 구체적 피해액은 묻지 않고 작물 이름 정도만 적어 가는 것 같았다.그러면서 도장은 왜 찍으라는지.
올해는 채소 시세가 폭락했다가 장마로 값이 올라 돈을 좀 만질만 하자 이같은 일이 터져버렸다. 구미 농협 금요장터에 나갔더니 며칠 새 채소값이 4~5배나 뛰어 있었다. 물에 잠겨녹아내린 채소들이 눈 앞에 다시 어른 거려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속이 상해 밥 생각도나지 않고 술만 찾았다.
하우스.수막 시설을 하느라 낸 빚만 9천만원. 언제 빚을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루에3~4시간 자면서 열심히 일했는데… 맥이 빠진다. 아예 땅을 처분해 다른 길을 찾는 것이마음 편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오락가락 한다. 부채가 수억원에 달하는 농가도 많다.나는 82~85년 소파동 때도 고향 충주에서 소를 키우다 빚만 지고 나왔다. 농업에 대한애착과 미련을 버리지 못해, 중노동이나 다름 없는 시내버스 운전을 하면서도 영농교육이있는 곳이면 달려가 농사 공부를 했었다.
농민이 잘 살아야 나라가 흥한다. 국민의 먹을거리 생산은 일중 가장 중요한 일이다.수입해다 먹으면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틀렸음은 이미 극명하게 증명돼 있다. 몇 년후엔 식량전쟁이 발생할지 모른다고도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 방심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수해도 천재 못잖게 인재 때문에 피해가컸다. 이제 농업 기반이 붕괴돼 버린 곳도 많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농가부채 탕감' 같은실현 불가능한 공약만 해댄다. 서글프다.
농민들은 순박하다. 그러나 어리석지는 않다. 이점만은 강조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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