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노라마 20세기 문화 (15)-전함 포템킨

1925년, 러시아의 27세된 한 젊은이가 발표한 한 편의 영화가 세계 영화가에 거센 폭풍을 일으켰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전함 포템킨'(Bronenosets Potyomkin 86분.흑백). 이 영화는 영화편집의 혁명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로 그 유명한 '몽타주기법'이 이영화에서 처음으로 시도됐다.

'전함 포템킨'은 1905년 제1차 러시아혁명 와중에서 발생한 순양함 포템킨호 선원의 폭동을 다루고 있다.

장교들의 학대와 열악한 근무로 불만이 많던 수병들은 구더기가 우글거리는 썩은 고기를 먹으라고 하자 마침내 폭동을 일으킨다. 전함을 손아귀에 넣은 이들은 흑해의 오데사항으로 배를 몰아가고 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수병들을 환영하기 위해 부두로 몰려온다.

그러나 러시아 황제 휘하에 있는 코사크 군대가 출동해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다. 일순간 오데사 계단은 유혈이 낭자한 제단이 된다.

이 영화에서 코사크 병사들이 내리치는 칼, 쓰러지는 시민들, 피로 얼룩진 얼굴들이 교차돼 보여지면서 섬뜩한 대학살을 느끼게 한다. 바로 몽타주기법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영화편집은 '교묘함'에 중점을 두었다. 쇼트(카메라가 찍기 시작해 멈추기까지의물리적인 컷)와 쇼트를 연결시키면서 관객이 알지 못하도록 하는 것, 장면전환에 대해 관객이 전혀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었다. 요즘도 대부분의 영화에서 채택하고 있는 할리우드식 영화편집이다.

에이젠슈타인은 이를 부정했다. 이런 편집방식이 예술로서의 영화의 표현방식을 제한하는 것이라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쇼트와 쇼트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특정한 의미를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에이젠슈타인의 의도는 충돌하는 두 쇼트의 단순한 합계가 아니라 관념의 시너지효과였다.예를 들어 크리미아 반도의 알루프카 궁정에는 대리석 사자상이 셋 있다. 잠자는 사자, 일어서는사자, 얼굴을 쳐들고 포효하는 사자의 모습이다. 서로 별개의 이 사자 조각상을 오데사계단 학살신에서 차례대로 보여주면서 민중의 분노를 은유했다. 이 장면은 후대 영화학자들을 흥분시킨 몽타주효과의 백미로 평가받고 있다.

신호를 기다리는 배위에서의 긴장감, 기계적인 살인, 계단을 굴러가는 유모차, 그 사이를 누비는총탄들.... 가히 혁명적인 편집방법에 의해서만 전달되는 영화적 긴장감이었다.'전함 포템킨'은 어떤 걸작 영화들보다 후대의 많은 영화들에 영향을 주었다. 브라이언 드 팔머감독의 '언터처블'중 케빈 코스트너가 시카고 유니온역에서 계단으로 굴러가는 유모차를 사이에 두고 알 카포네 부하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것이 바로 오데사 계단 장면을 모방한 몽타주이다.뿐만 아니라 기록영화, 뉴스필름등에서도 이용됐으며 수배자 전단용 몽타주도 바로 에이젠슈타인의 몽타주기법에서 유래한다.

처음 '전함 포템킨'이 공개됐을때 러시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한쪽에선 극찬했고 한쪽에선 이념적 내용보다 미적 형식을 더 좋아하는 형식주의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외국에서 이 영화를 지지하자 러시아에서도 인기와 비평에서도 성공하게 됐다.

오늘날 '전함 포템킨'은 '국가의 탄생'(1915년) '시민 케인'(1941년)과 더불어 세계 영화사상 가장중요한 영화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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