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구위 '몰래카메라' 첩보위성

돈만 주면 '구름속 몰래카메라' 찰칵 지금 우리 머리 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가끔씩 미사일(?)도 날고, 그 위로 우주궤도에는 수많은 인공위성이 있다.

이 가운데 우리를 가장 놀라게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지구위의 '몰래카메라' 첩보위성이다. 냉전시대 안보목적으로만 사용되면서 가끔씩 영화에서나 볼수 있던 첩보위성은 이제 상용화의 길을걷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94년 첩보위성 기술의 상용화를 허용했고 95년 미 중앙정보국은 60년부터 72년까지 수집한 80만장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고해상도의 영상촬영 및 판매를 목적으로 저마다 위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스페이스 이미징사, 어스워치사, 오브이미지사 등은 올해말이나 내년에 각각 해상도 1m의 영상위성을 발사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첩보위성의 해상도는 지상에 있는 몇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하느냐를 기준으로 한다. 해상도 1m는1m×1m의 크기를 갖는 지표면의 물체를 영상자료만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미국의 최신형 첩보위성 KH-11 위성은 약15㎝의 해상도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인들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해군기지 주차장에 있는 차량의 번호판을 읽을 수 있다고 자랑하는 것도 이 위성덕분이다.

첩보위성의 활용은 러시아가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궤도에 올려놓은 지난 57년이래 지금까지 계속됐다. 초기의 첩보위성들은 영상정보를 필름으로 찍어 캡슐에 넣은 다음 대기권으로 떨어뜨려 회수하는 방법을 택했다. 기술수준이 낮아 악천후 때나 밤에는 영상촬영을 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88년 발사된 미국의 레이더 영상위성 래크로스(Lacrosse)에 가서야 해결됐다. 래크로스는 일정지역에 전파를 쏘아 그 반사파를 읽어내는 레이더를 이용해 구름이나 어둠 속에서도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첩보위성은 군사용 위성과 혼용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정찰위성, 조기경보위성, 도청위성을 가리킨다.

조기경보위성은 미사일이나 핵폭탄의 발사를 조기에 감지해 적의 공격에 대비하도록 하는 역할을한다. 걸프전때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 발사를 감지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피해를 최소화한 것도 조기경보위성의 덕이었다. 아직까지는 일부지역의 감시만 가능하지만 21세기에는 위성하나로 전세계를 모두 지켜볼수 있게 될 전망이다.

도청위성은 적국의 전파나 통신을 도청하는 일을 맡는다. 96년 미 공군이 발사한 첩보위성은 마이크로파 신호, 전파신호, 장거리 전화 및 워키토키 대화내용까지 도청할 수 있는 대형 집진기를갖추고 있다.

첩보위성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초창기에는 한달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90년대 들어서야 1년정도로 늘었다. 첩보위성에 관한 연구는 해상도를 높이는 분야 못지않게 수명을 늘리는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첩보위성은 이제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등 세계 각국에서개발, 발사되고 있다. 프랑스는 95년 해상도 1m의 헬리오스 1호를 발사했으며 2001년에는 해상도0.5m의 헬리오스 2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95년 자국에서 개발한 로켓을 사용해 해상도 2m의 오펙 3호를 발사했고 실패하긴 했지만 97년에는 해상도 1m의 오펙 4호를 발사했다.지금까지 첩보위성은 군사, 안보역할에 이용됐으나 조만간 기업들이 발사한 첩보위성이 지구 위에서 활동하게 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일정비용을 지불하기만 하면 지상의 어느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건 눈앞에서 찍은 영상처럼 받아볼수 있게 되는 등 종전에는 불가능하게 여겨지던 많은 일들이 현실화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수많은 비행체 외에 고성능의 몰래카메라까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임에 분명하다.

〈金在璥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