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약은 간에 해롭나?

'한약은 간에 해롭다'는 속설 때문에 한약 복용을 꺼리는 환자를 종종 볼 수 있다. 일부 의료인들또한 화학성분을 추출·합성한 양약만을 염두에 두고 항생제나 진통제, 항암제, 호르몬제의 경우처럼 한약도 심각한 부작용을 낳거나 간에 독성을 준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한약은 과연 간에 해로울까'란 질문에 대해 한의사들은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한약재가 인체에 무해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독성을 지닌 약재라 하더라도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대한 전문한의사의 엄격한 진단하에, 약효를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방제(方劑)라는 한약의 상호배합원리에 따라 환자의 병과 체질에 맞도록 투여되므로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것.

실제 우리가 먹는 쌀, 보리, 팥, 도라지, 더덕, 꿀, 호도, 율무, 쑥, 호박, 대추, 칡, 마, 해삼 등 일반음식물이 흔히 사용되는 한약재에 포함된다는 사실과 중병인 경우 환자의 약해진 인체 저항력을북돋우는 보익약(補益藥) 위주로 처방하도록 돼있는 한약투여 원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이렇듯 대부분의 한약은 생약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으며 간기능을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을 주는약들이다. 다만 한약재 중엔 독성이 있어 반드시 전문한의사의 진찰과 처방을 통해 복용해야 하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두(烏頭) 종류인 부자(附子), 천오(川烏), 초오(草烏) 등과 대황(大黃), 망초(芒草),파두(巴豆), 고삼(苦蔘), 방기(防己) 등이다. 오두는 특히 과거 임금이 신하에게 내린 사약(賜藥)으로 이용된 약이기도 하다.

이들 약은 독(毒)으로써 병을 치료해야 할 경우 이외엔 잘 쓰이지 않는 약재이지만, 간혹 산간지방 등에서 일반인들이 잘못된 민간처방이나 한의사를 자처하는 사이비의료인의 말만 믿고 오·남용하다 독성에 중독돼 사망하거나 응급실로 실려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한방의료기관에서 이들 약재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독성을 줄이고 약효를 증가시키는 수치법(修治法)이란 가공과정을 거치게 돼 있으므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이들 약재를 간질환환자가 장기복용하면 병이 더 악화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이 약재들이 간장병 환자에게 처방되는 경우는 없다.

한편 일반인들이 간질환 치료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인진쑥(사철쑥)은 간장계통의 습열(濕熱)을 치료하는 데는 유효하지만 감정상태로 인해 간이 시달리는 환자들에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오히려 위장이 식어 소화력이 떨어지기도 하므로 전문한의사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도움말: 이승렬 대구시한의사회 정책위원장)

〈金辰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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