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성숙한 선진문화 만들자

새로운 시위문화 형성이 우리 사회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의 시위·집회에 대한 무최루탄 선언, 여경 기동대의 등장, 질서유지선(Police Line)제도 도입, 한총련의 무화염병, 비폭력 시위 선언 등 평화적 시위문화를 정착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화염병, 각목이 등장하고, 최루탄이 터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신종 공중폭발 특수화염병과 이에 대비해 경찰엔 고무충격총까지 지급되었다고 한다.

외국의 잔디밭 시위나 시위 자체를 즐기면서 한편에서 간식과 음료수를 제공하는 낭만적 시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시위 자체의 폭력성은 탈피해야 한다. 물론 외국에서도 과격 시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은 별로 없다. 거의 날마다 시위가 열리는 스웨덴도 그렇고 이탈리아도 그렇다.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시위도 그렇게 과격하지는 않다.

시위를 무조건 막는 시대는 지났다. 문제는 우리 시위 문화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평화적 시위가 점차 늘어가고 있고, 시위 목적도 정치적인 것보다 각 사회계층과 집단의 이익표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시위는 시위집단의 의사를 어떻게 의사결정자들에게 전달하고 시민들에게 여론화시키는가가 관건이어야 한다. 과격함은 시위의 목적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뿐이다. 오히려 시위에 대한 비난만 가중시킬 수 있다. 동시에 시위 집단의 의사를 정당하게 표시할 수 있는 장치도 중요하다. 시위가 자주 일어나는 곳에 시위 집단의 요구를 보다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게시판을 마련해 준다든지, 스크린을 설치해 이슈를 알릴 수 있게 하는 등의 방법도 찾아봐야 한다. 시민들이 자유스럽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표출하는 장소에서 귀를 기울이기 위한 노력도 경주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비로소 우리의 시위문화가 성숙한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장순(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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