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북한산 송이

송이는 버섯중의 으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예부터 전해오는 버섯에 대한 평가는 이와 조금 다르다. 첫째가 능이(能木耳), 둘째가 표고, 세번째로 거론되는 버섯이 송이다. 능이는 김천의 황악산, 문경 등지에서 많이 나는 버섯으로 겉이 시커멓고 안은 붉은색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박달나무에서 나고 갓은 크고 넓죽하게 생겼다. 이 능이는 송이와는 달리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일반인들이 쉽게 먹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 두 버섯도 알칼리성이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항암작용을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있다.

▲송이의 남쪽 주산지는 경북 봉화다. 강원도 양양지방의 송이 생산량이 봉화보다 다소 앞서지만 그윽한 향기는 봉화의 것을 친다. 값은 매년 들쑥 날쑥이지만 대체로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몇년전에는 1㎏에 50만원을 넘어섰고 올해도 한때 60만원을 주고도 못살 형편이었다. 이처럼 값이 비싼 것은 우선 능이버섯처럼 인공재배가 안되고 따는 시기도 9, 10월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급량과 공급시기가 제한돼 있다. 급속냉동으로 갈무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맛이 아무래도 떨어지는 것은 막지 못한다.

▲일본정가(政街)가 북한산 송이로 떠들썩하다. 지난 9.17 북.일 정상회담때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송이를 들어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비난하고 나섰다. 비난하는 주된 이유는 북한이 납치해간 일본인 8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어떻게 선물을 챙겨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고이즈미 총리의 대응은 "상대방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며 송이버섯 선물 파문의 확산 차단에 나섰다고 한다.

▲우리 지도자들은 지난 2000년 북한서 보내온 송이를 별 논란없이 적당하게 소비했지만 일본은 300상자의 송이를 소각처분했다는 관측이 나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신문들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평양서 일본에 돌아온 후 곧바로 송이를 처분했다고 보도했다. 처리방법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지만 소각처리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비난을 감안한 조치일 것이로되 외교상의 결례가 아닌가 싶다. 납치사건을 결코 소홀하게 다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선물은 또다른 사안인 만큼 소각처리는 속이 좁아 터진 처사라는 생각도 든다. 자신들의 아픔을 집중부각시키려는 계략(計略)인 것같기도 하고….

최종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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