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전기사 임재욱씨 합창단 창단

흥보가 중의 '제비노정기'나 춘향전의 '쑥대머리'나 '사랑가'를 합창으로 부르면 어떻게 될까?

판소리는 소리꾼과 고수만으로 만들어지는 철저한 개인 작업이어서 판소리 합창은 잘 상상이 되지 않지만 한 아마추어 소리꾼이 판소리 합창단을 만들어 판소리 보급에 나섰다.

"판소리를 좀 더 많이 전파하려고 국내 처음 판소리 합창단을 만들게 됐습니다".

운전기사 임재욱(50·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판소리 합창단을 조직한 주인공.

올해로 꼭 23년째 판소리에 심취한 아마추어 소리꾼 임씨는 지난해 '국내1호 아마추어 판소리 합창단'을 만들어 지휘까지 맡고있다.

합창단은 판소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교사 학생 가정주부 15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무료공연을 적잖게 하면서 '재미있다' '여러명이 하니 또 다른 맛이 있다'는 반응에 힘을 얻고 있다.

모두들 판소리가 좋아 1주일에 한번씩 모여 연습을 한다.

각자 일들이 있지만 대부분 빠지지않고 신명나게 판소리 연습을 하고 있다.

올해는 판소리 합창단을 이끌고 불우시설 위문공연에 나서는 것이 목표. 판소리의 흥과 신명으로 이들의 어려움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판소리를 배우기도 했으나 2녀1남을 둔 가장으로서 생업을 소홀히 못해 전문소리꾼의 꿈은 접었던 임씨.

그래서 좋아하는 적벽가나 춘향전의 완창은 못해도 2, 3시간 정도의 판소리는 거뜬하게 소화할 수 있다.

판소리를 하면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무대에 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던중 판소리 합창단 구성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힌다.

임씨는 돈으로 남을 많이 돕지 못하지만 불자인지라 소리실력을 활용, 목소리 공양에 나서고 있다.

한 불교대학에서 법사(法師) 자격증도 딸만큼 목탁과 요령을 잘 다루고 염불실력이 괜찮아 상가나 병원·불우시설 등을 찾아 수년째 목소리 봉사를 펼치고 있는 것.

스스로 맘 다스릴 수 없을 때도 많아 택시를 몰고가다 조용한 산에 올라 목청을 가다듬어 판소리 한가락 뽑으면 속이 후련해지고 또다시 힘이 솟아 운전하기가 즐겁단다.

올해 아마추어 판소리 합창단은 정식 발표회를 가질 계획이다.

그들의 공연이 벌써 기다려진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