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억따라 세월따라-옆구리에 낀 졸업장...

그당시 졸업식은 그래도 낭만(?)이 있었다.

고교를 졸업한다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교복을 벗어던진다는 것이 규율과 감시의 대상에서 벗어남을 의미했기 때문일까. 그것보다는 어른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훨씬 컸을 것이다.

술을 자유롭게 마시고 연애도 하고··. 상상만 하고 있던 것들을 직접 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제 뭐든지 다 할수 있어···".

그날 졸업생 고별사, 재학생 환송사, 교가제창 같은 판에 박은 듯한 의례가 무척 길게만 느껴졌다.

아쉬움보다는 홀가분함이 더 컸다.

식이 끝나면 종이로 만든 화환을 목에 걸고 친구들과 시내 중심가로 나갔다.

언론의 비판도 많았지만 친구가 얼굴에 발라준 구두약을 묻히고 찢어진 교복을 입고 보무도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했다.

옆구리에 낀 졸업장과 졸업앨범은 자유인임을 증명하는 신분확인서였다.

향촌동 막걸리 집에 들어가 실컷 마시는 것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교복을 입고 술집에 갈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짜릿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먹고 마시고 떠들다가 보면 어느새 통금시간··.그당시 헤어져 다시 만나지 못한 친구가 있고, 오래전에 소식이 끊긴 친구도 있다.

교복 입고 있던 시절이 가장 행복한 때였음을 깨달은 것은 먼 훗날의 일이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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