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 부부의 이색 영농일기-힘들지만 보람도 커요

영양군 청기면 정족리 권창호(51) 신옥순(50)씨 부부는 전국의 산을 돌아다니며 자연산 상황버섯을 따는 일이 직업이 돼 버렸다.

대구시 평리동에서 스크린 인쇄업으로 돈벌이가 잘 돼 한 때는 제법 잘나갔다는 권씨. 98년 IMF사태로 인해 부도가 나면서 완전히 망해 20년만에 고향 영양으로 귀향 후 처음 며칠간은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았다는 것. "성공해서 노년에 다시 오겠다던 고향집에 때 아니게 돌아와 청소를 하면서 처음엔 너무도 어이없어 눈물이 절로 났다"고 했다.

고향에 왔지만 자녀 학비마련 등으로 마냥 놀 수 있는 형편은 아닌 탓에 어렵사리 자전거를 타고 면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산불감시원 자리를 얻어냈다.

일당 3만7천원 보수였지만 행여 자신의 감시지역에서 산불이 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이산 저산 곳곳을 살피며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

이같은 생활속에서 자신과 한조로 일하던 이웃 형님(60)을 통해 예전에는 몰랐던 각종 나무는 물론 약초, 산나물, 버섯 등 이름을 익혀나갔고 상황버섯도 이때 난생 처음 보았다.

산불감시원 일이 없는 여름부터 가을철에는 남의 고추밭에서 또는 공사장 잡역부도 했지만 자연산 상황버섯 따는 일은 보통재미가 아니었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부인과 함께 본격 버섯따기에 나선 지난 3년동안은 집앞 일월산은 물론, 충북 월악산 강원 오대산과 멀리는 제주도까지 전국 곳곳 산을 누볐는데 어떤 날은 종일 몇 개의 산을 헤매고도 버섯은 한 뿌리도 구경하지 못한 때도 많았다.

그러나 운좋은 날은 많은 상황버섯을 따내곤 하는데 해발 1천m 가까운 고지대 썩은 뽕나무 가지에서 어쩜 그렇게 예쁜 황갈색 버섯이 자라났을까를 생각해보면 자연은 너무도 신비롭다고 했다.

권씨가 지금껏 따온 상황버섯들은 모두 입소문을 통해 판매했는데 때로는 형편이 어려운 암환자 가족들을 만날 때면 버섯을 따고 손질하기까지의 갖은 고생도 잊은 채 헐값에 내준 적도 많았다고 한다.

부인 신씨는 "이들 중에는 자신들이 준 상황버섯을 달여 먹은 후 병원에서 CT 촬영결과 암세포가 사라졌다는 감사의 편지도 받은 적이 있어 이젠 산촌생활에 보람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문의 054)683-6068. 017-809-1303.

영양.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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