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은영 외국어대 교수를 장관급인 '부패방지위원장'에 임명했다가 이틀만인 19일 임명을 취소했다.
장관급 고위공직자가 임명됐다가 불분명한 사유로 인해 이틀만에 취소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로써 새 정부의 공직인사 시스템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위공직자 인사를 전담하고 있는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21일 오전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세상에 임명되었다 취소하는 일도 있는 것"이라며 장관급 인사를 임명했다가 취소한 일을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말했다.
정 보좌관은 "이 교수가 일본 강의 일정이 다 짜여져 있고 개강도 있고 해서 취소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면서 "후임자를 물색해야 하는데, 주말에 놀아볼까 했는데 다 글렀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가의 최고정책을 결정하는 고위 공직자를 고르는 중책을 맡은 인사보좌관의 언급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감시해야 할 부패방지위원장 인선을 잘못해놓고도 농담삼아 '주말에 놀지못해서 귀찮아졌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새 정부의 인사시스템은 잘못됐어도 한참이나 잘못됐다.
그리고 "이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일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강의 일정이 짜여있는 등 본인의 고사로 부패방지위원장 인선을 취소한다"는 정 보좌관의 해명도 석연치 않다.
장관급인사를 임명하면서 본인의 의사 한번 물어보지 않고 발표부터 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는데다 임명 이틀후 특별한 설명없이 임명을 취소한 것은 말못할 또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미 정 보좌관은 지난 19일 행자부 등 일부부처의 1급 고위공무원들의 사표와 관련, "1급까지 했으면 일단 다 한 것"이라며 "로또복권도 그런가... 본인의 복이나 운, 시대적 흐름과 맞아 떨어지면 정무직을 하는 것이고 집에 가서 건강도 회복하고 공부도 하고 배우자와 같이 놀러다닐 필요가 있다"며 1급 공무원을 로또복권에 비유해 공무원들의 반발을 샀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
정 보좌관은 지금 위태위태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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