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설> 공단 건물구조·자재 화재 무방비

공단 조성 5년 만에 최악의 인명.재산피해를 낸 23일 왜관공단 화재는 건물구조 및 건축재의 문제점 때문에 피해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피해가 커진 원인

블록단위로 빽빽히 들어선 입주업체 공장들은 인근 건물과 너무 가깝게 붙어있어 한 곳에서 화재가 나면 곧장 옆 공장으로 확산된다는 것. 왜관공단 중심지역인 9블록에는 12개 공장이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m도 채 안되는 간격으로 붙어있다. 23일에도 화재 발생 직후 인근 공장들로 옮겨붙었다. 때문에 발화지점이 아닌 인근 공장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피해를 입은 대부분 공장의 마당과 건물 안에는 인화성 물질들이 수북히 쌓여있는 등 화재 예방은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특히 인근 공장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벽면을 철골조 샌드위치패널로 된 건축재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 재질은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벽안의 스티로폼이 급속히 타들어가면서 복사열에 의해 불길이 공장전체로 신속하게 번지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비닐.섬유 등이 타면서 유독성 연기를 대량으로 내뿜기 때문에 잠자던 근로자들이 피해를 당했다.

칠곡소방서 백주흠 서장은 "벽돌로 건축된 공장은 화재가 발생해도 쉽게 옮겨붙지 않는다"며 "그러나 요즘 대부분 공장들이 철골조 샌드위치패널로 건축되기 때문에 화재시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화재 발견이 늦은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 소방서에 접수된 화재 발생시간은 새벽 5시53분. (주)영남코러패드에 설치된 경비시스템에서 화재가 감지된 후 현장에 출동한 경비업체 직원 김모(32)씨가 소방서에 신고한 뒤에야 출동이 이뤄졌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신고 직후 수분만에 현장에 출동했지만 불은 이미 초기진화가 어려울 정도로 크게 번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발화지점을 첫 화재발생이 감지된 영남코러패드로 추정하고, 24일부터 경북경찰청 감식반이 현장 정밀감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피해자 및 공장 표정

최초 발화지점인 영남코러패드 옆에 위치한 세경창호 기숙사에는 화재 당시 유재영(34)씨 일가족 4명과 베트남인 산업연수생 남자 5명, 회사 직원 이모(22)씨 형제 등 모두 11명이 잠자고 있었다. 이날 숨진 이광희(19)군은 전날 형인 이씨를 찾아와 함께 잠을 자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베트남 산업연수생들은 이 회사에 옮겨온 지 3일만에 화재를 당했으며, 왠지(25)씨 등 3명은 중상으로 경북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영남코러패드.유성섬유.두린텍.세경창호.태일엔지니어링.진영닛트.태성섬유 등 7개업체가 화재로 피해를 입었다. 대부분 화재보험에 가입했으나 유성섬유와 태성섬유는 미가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업체들은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할 지도 걱정이다.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에 망연자실한 표정. 큰 피해를 당한 세경창호 직원들은 "받아놓은 수주를 해결할 수 없어 계약을 파기해야 하는 등 당장 회사의 존립이 문제"라고 탄식하고 있다.

한편 왜관공단은 왜관읍 금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면적은 50만평에 달하고 현재 240여업체가 입주한 상태다. 섬유.기계조립금속.비금속.목재가공.플라스틱이 주종이며 섬유업종이 60%정도. 현재 200여업체가 가동 중이며, 종업원들은 내국인 4천942명, 외국인 485명 등 5천427명이 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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