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대학가 모바일 주도권 경쟁

지난 한 해 동안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을 대상으로 치열하게 전개됐던 '모바일 전쟁'에서 KTF가 기권승(?)을 거두면서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대학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전쟁의 촉발은 전국의 휴대전화 가입자가 이미 3천200만명을 넘어서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대구·경북의 경우만 하더라도 시장 점유율 54.9%를 기록하고 있는 SK텔레콤 174만여 명, KTF 116만여 명(36.5%), LG텔레콤 27만여 명(8.6%) 등 벌써 대부분의 수요층이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신규시장을 창출하지 않고서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직원 및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캠퍼스의 모바일화 사업은 신입생들의 자발적 신규가입을 유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의 타사 휴대전화 가입자까지 새로운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어 대형 휴대전화 사업자간 일대격돌이 불가피한 '미래형 이권'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3월 SK텔레콤은 사실상 대구·경북권에서 신규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중단해 모바일 전쟁은 KTF의 싱거운 승리로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 대구지사 관계자는 "과당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 때문인지는 정확치 않지만 이달부터 지역대학의 모바일화 사업과 관련된 어떠한 지원책도 본사로부터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달 12일 경북대와 KTF, KT가 체결한 모바일 캠퍼스 협약이 SK텔레콤의 사업의욕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대구대, 위덕대, 계명문화대, 경북과학대, 대구보건대 등 5곳의 지역대학과 서비스 계약을 맺은 반면, KTF는 영남대, 계명대, 경산대, 선린대, 포항1대, 동국대 경주캠퍼스, 안동과학대 등 7곳과 서비스 협약을 체결했다.

대학 숫자가 적은 것은 물론 지역의 대표적 대형 대학으로 손꼽히는 영남대와 계명대를 내준 SK텔레콤으로서는 '경북대'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결국 경북대는 KTF를 선택했고, SK텔레콤은 마지막 역전의 기회마저 놓쳐 버렸다.

2위 KTF가 캠퍼스 모바일 전쟁에서 1위 SK텔레콤을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KTF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KTF가 공동개발한 유·무선복합 교환기 '인포모바일'이 경쟁사의 장비보다 시스템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을 가장 먼저 꼽고 있다.

인포모바일은 캠퍼스에서 휴대전화간 또는 유선-휴대전화간 무료통화를 가능하게 해주고, 유선전화를 통해 온 전화를 휴대전화로 당겨받거나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 넘겨줄 수도 있다.

캠퍼스 무료통화는 내선번호 자릿수가 서로 다른 교직원과 학생간에도 가능하다.

또 KTF의 요금이 SK텔레콤 보다 싼데다, KTF와 KT가 협력함으로써 무선랜 가입자는 PDA나 노트북 등으로 캠퍼스는 물론 KT의 무선랜 AP(액세스 포인트)가 설치된 모든 곳에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경쟁의 이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과연 모바일 캠퍼스 전쟁에서의 승리가 KTF를 1위 기업으로 만드는 전환점이 될까. 속단은 금물이라는 게 주위의 조언이다.

KTF의 시스템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이 대학당 적게는 10억원에서 최고 20억원까지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뚜렷한 수익모델이 확보되지 않는 사업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백인호 KTF 대구사업본부 데이타영업팀장은 "영남대, 계명대에 이어 경북대의 모바일 캠퍼스 사업까지 KTF가 차지함으로써 신규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대학들도 첨단 시스템을 활용,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최첨단 정보화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는 만큼 지역대학,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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