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여론에 부딪혀 이라크전 국군 파병안의 국회 처리가 연기된 가운데 이를 놓고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와 보수단체가 대립하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토론을 벌이는 등 시민들의 관련 관심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대구·경북 2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25일 '전쟁 반대 평화 실현 대구경북 연석회의'를 갖고 반전 여론을 본격적으로 모아가기로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대구 캠프워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대구백화점·동대구역 등에서 촛불시위를 벌이며 다음달 중순에는 대규모 반전평화제를 열어 반전여론을 확산시키기로 했다.
통일연대 김두현 대외협력국장은 "시민들이 이번 이라크전쟁의 부당성을 이미 알고 있는 만큼 반전 여론을 조직화하는 데 초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대구 참여연대와 민주주의 민족통일 대구경북연합은 지난 19일 전쟁 반대 성명을 냈으며, 통일연대·민중연대·여중생대책위는 지난 20일 대구 봉덕동 캠프워커 앞에서 이라크 전쟁과 국군 파병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당일과 22일 대구백화점 앞에서 반전 집회를 가졌다.
이들 단체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은 유엔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 전쟁"이라며 "정부는 이라크전 지지와 파병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향군인회는 25일 '이라크전 국군 파병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일간지에 싣고 "한국군 파병은 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체제 확립과 국익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총연맹 대구시지회 박창규(64) 부회장은 "전쟁 종료 후 재건 사업에 국내 기업이 진출하기 위해서도 이라크 파병은 필요하다"며 "파병하지 않으면 한미 군사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전에는 청소년들까지 예민하게 반응, 반전 의견은 물론 미국에 대한 비판 감정도 높아지고 있다.
25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만난 이은영(15·제일여중 3)양은 "친구들 사이에서 이번 전쟁에 대한 토론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며, "전쟁 진행 상황에는 별관심이 없고 약소국을 상대로 한 강대국의 침공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윤태휴(15·경운중3)군은 "사회 시간 수업 때 선생님이 이라크전에 대해 설명하고 토론도 했다"며 "미국의 불분명한 전쟁 명분을 비판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수영(14·제일여중 2)양은 "미국의 폭격 등 각종 공격으로 인해 이라크에서 기형아 출산이 많아질 것이라는 소식을 들으니 가슴 아프다"고 했다.
초교생들도 많은 뚜렷한 태도를 보여 같은 날 대구 월성초교 앞에서 만난 2학년 오수진(8) 박은비(8)양은 "이라크 어린이들이 불쌍하다.
전쟁은 나쁜 것이고 이번 전쟁을 반대한다"고 했다.
3학년 안재우(9)군은 "사람 죽이는 일은 나쁘다"고 했다.
그러나 6학년 양모(12)군은 "9·11테러를 일으킨 라덴을 숨겨줬다면 이라크에도 잘못이 있다"고 했다.
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놓고 진보·보수세력 간에 입장차가 나타나는데 대해 영남대 사회학과 박승위 교수는 "이념 논쟁이라기보다는 '전쟁 반대'라는 명분과 '국익'이라는 실리 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어린이들의 반전 분위기에 대해 대구교대 정종진 교수는 "학생들의 반전 분위기에는 언론의 영향이 크고 부모나 교사의 시각이 많이 반영되고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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