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정관념 웃기며 깬다

무거운 종교, 가벼운 재미.

'보리울의 여름'을 비롯해 '동승', '오세암' 등 종교 색채의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된다.

종교영화라면 으레 무겁고 심오한 것이 상례. 그러나 최근작들은 가벼운 오락의 색채를 입혔다.

"포경수술이 뭐예요?", "야! 닭고기 좀 줘!". 예전 같으면 불경스러워 제작도 못할 이야기들이 영화 속에서 쏟아지고 있다.

11일 개봉하는 '동승'은 천진난만한 아홉 살짜리 아기스님 도념이 주인공이다.

외모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은 사춘기 총각스님 정심, 무지막지한 큰스님. 이들이 한솥밥 먹으며 도란도란 살고 있는 산아래 고요한 산사가 무대다.

큰 스님에게 쌈짓돈을 받은 도념과 정심은 유쾌한 세상나들이에 나선다.

난생 처음 피자도 먹고, '여자 구경'도 한다.

포경수술까지 한 정심. 그러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이 절에 '예쁜 아줌마'가 나타나면서 도념의 마음은 다시 설렌다.

"저 아줌마가 우리 엄마면 얼마나 좋을까".

'동승'은 주경중 감독이 7년 간의 기획 끝에 완성된 영화다.

돈이 생기면 찍고, 없으면 다시 구하러 나가는 '고행'끝에 만들어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태진이 엄마와 치킨을 그리워하는 깜찍한 동승으로 나와 관객의 눈길을 끈다.

'보리울의 여름'은 '개같은 날의 오후'의 이민용 감독이 '인샬라'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보리울 마을. 애들은 축구에 빠져있다.

읍내 축구팀과 경기에서 진 아이들은 '축구광 스님' 우남에게 코치를 맡아달라고 조른다.

신부 서품을 받고 이 마을에 온 김 신부도 아이들을 모아 축구를 시작한다.

성당팀과 스님팀. 동네 잔칫날, 아이들은 단일팀을 만들어 읍내 축구팀과 맞붙기로 한다.

차인표가 김 신부로, 박영규가 우남스님으로 출연한다.

'아이언 팜'에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던 차인표는 전 청소년축구대표팀 출신의 김 신부로 다시 코믹 연기에 도전한다.

'오세암'은 전통 애니메이션이다.

설악산 오세암(五歲庵)의 꼬마보살 설화를 토대로 동심과 자연의 교감을 훈훈하면서도 재미있게 꾸며냈다.

다섯 살 꼬마 길손이가 앞 못보는 누나 감이, 삽살개 바람이와 함께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기둥 줄거리.

원작은 2년 전 작고한 동화작가 정채봉씨의 동명 스테디셀러로 원작에 실린 문학적 향기를 살리는 한편 종교적인 색깔보다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다섯 살 아이의 천진난만함에 초점을 맞췄다.

'하얀 마음 백구'의 마고21이 제작을 맡았으며 순제작비 15억 원으로 제작됐다.

25일 '보리울의 여름'과 같이 개봉한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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