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자신이 놓인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잠수함 속의 토끼'에 비유되곤 한다.
게다가 그런 반응과 함께 인간성 회복과 그 고양, 억압 체계에 대한 저항, 자유의 존귀함 등을 끊임없이 일깨우는 '부드러우면서도 완강한 힘'을 보여주기 때문에 사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달라지는 디지털의 물결과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그 기능은 소멸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가 하면, 시가 그 무엇을 진단하거나 예견할 수 없는 수동성의 위치에서 고유의 장르 자체마저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절망적인 관측마저 없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실제 시인들도 엄청난 속도로 달라지는 세상에서 움츠릴 대로 움츠려 방향감각까지 흐릿해지고 있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시인과 시 잡지들은 계속 크게 늘어나는데도 정작 그 알맹이인 시는 갈수록 소외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제 시는 시인과 시문학도들만의 '폐쇄 회로'에 갇히는 현상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 장르론적 운명이 시인들을 더욱 작아지게 하고 있기도 하다.
▲시인 신경림씨가 최근 발간된 시 계간지 '시경' 봄호를 통해 감동을 주지 못하는 시가 양산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우리 시, 무엇을 고민해야 할 것인가'라는 대담에서 그는 "치열성 없이 쉽게 타성에 젖어서 시를 쓰니까 읽는 사람도 감동하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또 서로 요즘 시는 죽었다, 시의 시대는 갔다, 시가 읽히지 않는다는 소릴 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하지도 않는다"고 질타했다.
시대 상황에 대한 고민, 내용이나 형식에서도 그 사정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시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깊이 있게, 감동적으로 읽히고 외워져야 한다"는 그는 전업 시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시만 쓰며 살려고 하니까 돈벌이를 하려 하며, 안이하고 이상한 사랑 타령 등으로 시가 시원찮아진다는 논리다.
시를 가르치는 곳이 많아진 데 따르는 창작 과정과 시의 수준에 관계없이 문제작으로 만드는 비평의 잣대도 함께 꼬집은 그는 "시인은 자신의 감성과 맨가슴으로 우리 시대와 맞닥뜨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명화와 기술 사유화의 시대, 자본주의로 수렴되는 균등한 경제 체제의 시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오늘의 상황과 시는 깊은 함수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의 소외 현상은 신경림씨의 지적대로 시인의 몫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느린' '비경쟁적' '차선적' 상상력의 바탕 위에서 시의 새로운 꿈이 가능해진다고 한 비평가가 전망한 바 있다.
시인들이 시대를 과감하게 거슬러 오르면서 '타락한 언어'를 '신성한 언어'로 바꾸는 의지력과 인문주의적 상상력의 치열성을 견지하는 슬기가 더욱 요구되는 시대가 아닐는지…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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