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한인사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어려움 없이 한국어를 구사해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이민 2세 박주쌍(71.여)씨. 박씨는 '어릴 때 아버지가 밥을 안주고 야단치면서 한글을 배우게 했다'면서 '부모님이 가난한 멕시코 생활을 벗어나려고 일가족을 이끌고 쿠바로 건너오고, 삼촌과 고모 가족들도 함께 이주해 쉽게 한국말을 익혔으나 유창한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사는 것이 고달플수록 한국말을 잊지 않기 위해 무척 애를 쓴 부모님의 영향으로 항상 고국말로 대화하고 싶지만 현재 동포사회에 같이 말할 만한 상대가 없고, 매달 한차례 아바나의 한인들끼리 갖는 한글강좌도 기초수준이어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평소 궁금한 한글 문장과 단어들을 꼼꼼하게 잔뜩 메모해뒀다가 기자에게 질문공세를 퍼붓는 그는 1950년대에 미국에 다녀온 친척이 한글사전을 선물해 지금까지 애지중지하며 거의 달달 외우다시피했다.
박씨는 '구한말 단어와 북한식 표현에 익숙해 간혹 만나는 한국인과 의사소통이 힘들 때가 많다'며 '한인사회 존속을 위해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교재와 한글학교가 절실하지만 자금과 인력이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성문화가 개방돼 재혼이 흔한 쿠바에서 평생을 미혼.독신으로 살아온 이유가 '착하면서도 순수 조선 핏줄을 가진 사람'이 주위에 없었기 때문이란다.
박씨는 '쿠바인들은 미국의 친척이 달러를 부쳐주길 바라거나 직장내 절도나 매춘으로 쉽게 돈 벌 생각에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며 '정직과 근면성을 자랑으로 여기는 한인들은 자존심이 용납치 않아 성실하게 살면서도 생활고는 더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쿠바의 한인들은 먹고 살기 힘든 가운데서도 고국을 그리워하며 독립운동자금을 모아 보냈다'며 '우리들에게 늘 짝사랑의 대상으로만 존재해 온 한국이 이제는 보답해야 할 차례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바나=강병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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