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초점> 노 대통령 말실수 '탈권위주의 화법'?

노무현 대통령의 거침없는 말이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 대통령은 휴가를 떠나기 직전인 23일 낮, 최근의 국정난맥상황에 대한 심경을 담은 말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의 설화(舌禍)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대선후보 때부터 시작된 그의 말을 둘러싼 논란은 대통령취임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화법에 대한 비판을 '보수언론의 트집잡기'라며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1일 5.18행사 추진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생각에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잇따랐지만 그의 입은 닫히지않고 있다.

지난 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50일을 평가하면서 "불안한 느낌이 든다"는 말을 털어놓은 데서 한 발짝 더 나간 것이다.

노 대통령의 직설화법은 지난 해 대선후보때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지난 해 5월 지방선거 정당연설회에서 "남북대화하나만 성공시키면 나머지는 깽판을 쳐도 좋다"며 '깽판'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취임직후 '평검사들과의 대화'자리에서는 '이쯤되면 막하자는 거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다변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불러서 밥을 먹으면 맛있는 음식도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스스로 말을 많이 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다짐하기도 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그는 22일 재외공관장들과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국외에서 볼 때 한국이 개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도..."라며 '개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어 23일 강금실 법무장관과 교정대상 수상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최근의 심경을 여과없이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예사로 살면 그만인데 남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도 보람을 느끼지 못하거나 그 사람이 배신하는 경우 여러분은 그런 것을 어떻게 이겨나가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도와줬는데도 상대방이 또 다른 트집을 잡고 배신할 때, 쏟은 정성이 배신이나 효과없음으로 돌아올 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을 모두에게 질문으로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발언은 한총련과 전교조 등 지난 대선때의 지지층이 자신을 흔들어대고 있는 데 대한 야속한 심경을 밝힌 것으로 읽히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23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은 부시 미 대통령의 표현처럼 '대화하기 편안한 상대'(easyman to talk)"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낮추는 겸양과 순발력있는 애드립, 의전과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소탈함과 함께 친근감을 과감하게 표현하거나 엄숙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말투, 한마디로 '탈권위주의 화법'은 상대측과 거리감을 좁히고 이해를 구하는데 유용하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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