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숙희씨의 어린이집 창업기

어린이를 좋아한다는 정숙희(42·여)씨는 요즘처럼 즐거운 때가 없었다고 했다.

그 자신이 어린이집(대구 산격동) 원장이 돼 창업에 성공한데다 좋아하는 어린이들과 매일 함께 생활할 수 있기 때문. 보람과 성취감을 동시에 얻고 있다는 것이다.

정씨는 이 어린이집 원감으로 5년여간 월급쟁이 생활을 하다가 작년 11월 인수했다.

그리고 6개월을 지내는 동안 어린이집 아동이 30여%나 늘었다.

정원 128명에 현원 126명. 자신의 수입도 늘었다.

원감 때는 월 임금이 150만원 가량이었지만 2.5배나 증가한 것. 중학교 교사인 남편보다 더 많이 받는다.

"어린이집을 마친 뒤에는 또 학원에 가야 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요즘 학부모들이 바라는 학교 과정 예비학습과 예체능 교육까지 함께 실시하는 원스톱 교육 서비스를 제공키로 한 것이지요. 원생은 그 뒤 저절로 늘었습니다".

이 어린이집의 종전 원장은 입주해 있는 건물의 주인. 다른 일에 바빠진 전 원장이 인수를 권했다.

정씨가 아니면 남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것. 자꾸 거절하다 '에라 모르겠다'며 맡았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창업' 하려니 망설여지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담이 작은 저는 그저 월급쟁이 생활에나 맞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창업에는 사업 수완이 따라야 하는데 그런 것과 거리가 멀었거든요". 겁이 났다는 얘기. 월세만 200만원인데 내가 어떻게 돈을 들여 어린이집을 인수하고 교사들에게 월급주는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내가 일한만큼 돈을 받아갈 수는 있을까?…

창업자금도 만만찮게 들더라고 했다.

임차 보증금 1억원에다 비품 등 인수 비용이 또 5천여만원. 중소기업청에서 3천만원의 창업자금을 빌리고 나머지는 부부가 모은 모두로 충당했다.

그러나 인수한 뒤 정씨는 "정말 잘 해 보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런 노력의 핵심은 교과과정 개편. 어린이들이 와서 그냥 놀며 시간 때우는 어린이집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전제였다.

때문에 놀이중심의 프로그램을 학습 위주로 바꿨다.

"교사들부터 공부 시켰습니다.

영어·과학을 가르칠 수 있도록 연수 보냈죠. 교사들이 가르칠 수 없는 태권도·발레·국악 등은 강사를 초빙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과목의 추가 수강료를 2만원으로 한정, 학부모들의 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했다.

이런 노력이 과실을 맺었다고 정씨는 말했다.

따로 학원에 가려면 한 과목 수강에만도 5, 6만원을 줘야 하는 현실에서 이같은 '실비 추가 학습'은 좋은 반응을 얻어 원생 증가로까지 이어지더라는 것.

"그러고도 부족하다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잘 가르치는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없는 나이 아닙니까? 더 중요한 것은 엄마들의 믿음과 호응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참여 수업을 자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려 노력하는 것이지요".

정씨는 '한번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성공 길을 개척했다지만, 이것이 아무에게나 되는 일은 아닐 터였다.

역시 그 바탕에는 이 분야 전문가라는 정씨의 강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보육학과를 나와 유치원 교사를 5년여간 했고, 원감 역할도 경험했던 것이다.

"여러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하겠지만, 저는 우선 어린이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결혼 전의 유치원 교사, 최근의 원감 생활 등 경험이 있었지요. 아이들 돌보는 부문만을 놓고 본다면 창업 밑천이 충분했던 셈이지요. 주부 창업은 이런 바탕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 겁니다". 어린이집 창업을 원할 경우도 일단 관련 교육을 받은 뒤 직원으로 일하면서 보육시설을 경험하라고 권했다.

정씨의 어린이집에도 그런 경험을 쌓으려는 마흔을 훨씬 넘긴 예비 창업자가 있다고 했다.

전문대 등에서 일년간 관련 교육을 받고 3년을 일하면 40인 이하 어린이집 원장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이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는 벌써 3년째여서 내년이면 창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우리 어린이집 원생은 돌이 안된 아기부터 초교생 어린이까지 다양합니다.

일하는 엄마들이 많아져 아기를 맡기는 경우가 더 늘 겁니다". 정씨는 아동 보육 관련 사업은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고 했다.

선진국의 예를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맞벌이 부부 증가 등으로 보육 수요는 폭발적 증가세를 보일 것이 확실하다는 것.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

어린이들은 행동이 예측 불가능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무엇보다 안전 관리가 숙제입니다.

또 어린이집 원장은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합니다.

심지어 승합차도 몰아야 하지요. 하지만 어린이들 코를 닦아 주고 '응가'를 거들어 주며 내가 저 아이들의 엄마라는 자세를 갖는 게 더 우선입니다".

정씨는 생각보다 부딪히는 벽이 많다면서, 어린이를 좋아하지 않는 성미에 단순히 소득만 바라보는 경우라면 다른 창업 아이템을 알아보는 것이 낫다고 했다.

053)943-1004.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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