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해도 이렇게 무지할 수 있나?"
자신이 애지중지 소장하던 고화(古畵)를 흔쾌히 기증한 사람이 그림을 헌신짝 버리듯 창고에 처박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발끈, 되돌려 달라며 항의하고 나섰다.
고서화 수집가 정재환(54.진주표구사.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지난 2000년 6월 까치와 매화, 노송이 어우러진 옛 그림(가로3m, 세로1.5m) 1점을 합천군에 기증했다.
합천의 군조가 까치라는 매일신문(2000년 5월30일자) 기사를 보고 "군화(매화)와 군목(잣나무)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제대로 된 그림은 격에 어울려야 한다"며 기증, 군수로부터 감사패까지 받았다.
군은 "새 천년을 맞아 길조가 날아든 셈"이라며 그림을 청사 부속실 중앙에 걸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오던 그림은 민선 3기 출범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군수.부군수실을 새단장하면서 다른 그림으로 교체, 현재 공설운동장 옆 폐자재 창고에 처박히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정씨는 "가격으로 따질 수 없는 귀한 그림이 창고 신세라니 참을 수 없다"며 "기증을 하였지만 필요가 없을 때는 기증자에게 상의하거나 되돌려 주는 것이 예의"라며 분개했다.
군청 관계자는 "대형 그림이라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창고에 뒀다"며 "본인에게 돌려 줄 계획"이라고 변명했다.
이 고화는 1915년 전가문(田稼文) 화백이 그린 것으로 12마리의 까치가 매화와 노송에 앉아 날갯짓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군민들은 수년전 지역 서예가가 기증해 군수실에 걸렸던 대형 작품이 망가진 채 쓰레기장에 버려진 사건 이후 또 이같은 일이 있자 "이런 꼴을 보고 누가 또 기증하겠느냐"며 한심해 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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