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는 1999년 7월에 인류의 종말(終末)이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적지 않은 종말론자들도 그의 예언이 지구 충돌론, 행성대 십자가 배열, 행성대 직열 등의 뜻을 담고 있으며, 그 같은 현상들에 의해 인류가 최후를 맞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물론 1천여년 전 새 천년을 맞이할 때도 종말론이 팽배했었다.
그 때문에 유럽의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성지에서 최후를 맞기 위해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으로 긴 행렬을 이뤘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구 종말 이후 더 나은 세계가 올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종말론은 사정이 다르다.
몇 년 전 새 천년을 맞으면서는 '1999AN10'이라는 소행성 하나가 2027년 8월쯤 지구와 충돌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구와 행성의 충돌로 지구의 종말이 올 가능성을 제기한 공상영화 '아마겟돈'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게다가 세계적인 과학자 호킹 박사는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지 않으면 향후 1천년 안에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류가 멸망할 확률이 수백년 전의 20%에서 50%로 크게 늘어났으며, 자연 재해보다는 인간 자신에 의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마틴 리스 교수는 유전자가 조작된 병원균 유포, 대규모 화산 폭발, 유전공학의 잘못된 연구 등이 인류 멸망의 '빅 뱅'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과학의 발달로 인류의 생존 유지는 날이 갈수록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화산 폭발이 최대 위협이지만 핵무기 테러, 살상용 바이러스, 통제를 벗어난 기계류 등이 인류의 성격 자체를 변질시킬 것이라는 리스 교수는 이들 위협은 "무지한 실수나 사악한 한 개인의 행동에 의해 간단히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현 위기의 특징은 단 한 명의 개인이 인류를 멸망케 할 능력을 갖게 된 점"이므로 인류 최대의 위협은 이제 인류 자신이고, 과학계는 과학적 진보가 어떤 위험을 부를 수 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근래에는 종말론이 '절망론(絶望論)'으로 바뀌는 걸까. 리스 교수의 주장 이전에도 우리는 수만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낸 연쇄테러 사건을 목격하면서 자연 재해보다 인재(人災)가 더 무서울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할리우드 영화를 본딴 듯한 테러는 일종의 쇼 비즈니스 같은 파급효과를 노리므로 매스미디어 시대에 더욱 큰 폭발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창조적 상상력과 문명의 이기가 테러와 테러리즘에 연결되는 '인재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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