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경제 뉴스 가운데 최근 두가지 소식이 기자의 이목을 끌었다.
하나는 아남그룹 창업주 김향수 앰코코리아 명예회장이 별세했다는 뉴스였다.
고인은 한국이 세계 3대 반도체 국가로 발전하는데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0년대 초반엔 이병철 삼성회장을 만나 "일본을 따라 잡으려면 대기업이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일화도 남겼다,
이·김 회장의 예지 덕분에 반도체는 80년대 이후 대한민국을 '먹여살린' 업종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작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반도체가 10.3%를 차지했다.
반도체는 한국의 패러다임까지 변화시켰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한국 전통사회가 지식산업으로 진행하는 꼭지점이 반도체 산업이라고 했다.
이목을 끈 또 다른 뉴스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580m짜리 국제비즈니스센터(IBC)가 2008년 서울 상암동에 세워진다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터져나오고 있다.
세계 최고층 건물 건설에 나섰던 국가가 '항상'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 이른바 마천루의 저주다.
세계 최고 빌딩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지난 90년대 후반 완공한 말레이시아는 당시 아시아 금융위기로 경제가 엉망이었다.
또 뉴욕 월드 트레이드센터와 시카고 시어스타워가 세워진 70년대 중반엔 미국 물가가 폭등하고 뉴욕시는 재정위기에 빠졌다.
마천루의 저주가 현실화되려면 몇가지 요인들이 수반돼야 한다.
과다한 통화팽창으로 과잉투자와 투기자본 등이 한층 가열되면서 건설업자는 물론 투자자와 정치인들도 세계 최고층 빌딩을 가지려는 꿈을 가져야 한다.
고층빌딩 건립을 위해서는 기술은 물론 '만지기 쉬운 돈'이 필요하고, 이 돈은 초대형 빌딩 건설과 경제의 거품을 유혹한다는 것이다.
기력 잃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갖가지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그 처방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대증요법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부동자금이 380조 원이나 된다고 하니 부랴부랴 대책들을 마련하고,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뒤에야 부동산투기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수십년동안 우리나라가 먹고살 산업을 찾아내고 이를 육성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 같다.
대한민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는 것이 급선무다.
눈앞의 경제흐름에 목을 매기보단 20~30년 후 국가경제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데 국가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들처럼 자칫 마천루의 저주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대현 경제부 차장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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