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투기지역 지정 신중해야

전국적으로 350조에 이르는 부동자금이 산업현장에 투자되지 않고, 뭉칫돈이 아파트와 상가 등에 몰리면서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는 11일 부동산가격안정심의회를 열고 경남 창원시를 포함해 전국 15곳을 주택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 "양도세를 실거래가격으로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로써 올 들어 지정된 국내의 투기지역만도 28곳으로 늘어났다.

투기지역에서는 기준시가가 아닌 실거래가격으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늘어, 투기성 자금이 부동산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이란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여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정책 자체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터라 새로 나오는 일련의 부동산투기 억제책조차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IMF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는 등 주택시장을 시장흐름에 맡기지 않고, 임기응변식 정책으로 좌지우지해 왔기 때문이다.

요즘 서울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하는 곳의 땅을 사면 무조건 대박을 터뜨린다"는 얘기가 부동산 가(街)에 나돌고 있을 정도다.

정부가 부동산투기 대상지역을 공식화해 준다는 얘기다.

세금을 내더라도 그만큼 득이 된다는 논리가 득세, 해당 지역의 땅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여파를 생각할 때 정부의 투기지역 지정이 신중히 이뤄져야 할 듯 싶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투기지역 지정 요건을 일부 개정해 시행한다고 한다.

늘 '뒷북치기' 정책으로 부동산가격을 되레 끌어올리는 역기능을 만들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 가격 움직임이 큰 지역의 부동산업소를 찾아 가격동향을 면밀히 조사, 사전 대책을 마련하는 정책적 지혜가 아쉬운 시점이다.

대다수 시민들은 "이미 뛰어버린 부동산가격이 떨어질 리 있겠느냐"며 정부가 최근 내놓은 부동산정책에 냉소를 보이고 있다.

당국은 이대로 가다간 전 국토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황재성 경제부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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